1.
아홉수라고 다들 겁을 준다.
나이 한 살 더 먹는 게 뭐 대수나 싶어 무관심하다가도
주변 호들갑에 "의미 있게 뭐라도 해야 하나?"
라는 무언의 압박이 생긴다.
뭘 하면 기념이 될까 고민하다가
죽기 전에 금발로 염색해볼까란 호기심이 발동했다가
탈색을 5번을 하고도 머리가 빗자루가 될 거라는 말에 미련없이 포기했다.
10대엔 백혈병 환아에게 모발 기증을 했으니
20대엔 내 머리카락을 덜 괴롭히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마지막 20대라고 해서 꼭 미친 짓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은 30대다.
딱히 반갑지도 애써 밀어내고 싶지 않은 나이다.
'20대' 키워드로
당당한 패기와 젊음이 먼저 떠오르는데,
'30대'를 나타내는 키워드가
바로 떠오르는 게 없어서 얼떨떨할 뿐
20살을 앞둔 19살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30을 앞둔 29살에 떠오른 생각을 적어볼 테다.
지나가는 잡생각이든
탈출구 없는 고민이든
비웃음을 살만한 철없는 생각도
기승전결 논리정연한 짜임새 있는 글 대신
거칠지만 살아있는 꾸밈없는 글을 최대한 많이 적을테다.
평범한 하루도 '20대 마지막'이라는
마법의 단어를 앞에 붙이면 특별해진다.
괜히 모든 게 의미 있고 근사해 보인다.
웬걸
20대의 마지막인데
2020년도에 20이 두 번 들어가는 것도 마음에 쏙 든다.
이렇게 신기한 타이밍이!?
2.
작년 내 나이 때 엄마는 나를 낳았다.
그리고 올해 내 나이 때 엄마는 동생을 낳았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고 잘한 일이라고 말하는 엄마에게
엄마의 청춘이 아깝다고 했다.
이렇게 젊을 때, 아이를 둘이나 낳다니!
지금 내 나이에 애가 둘인 게 상상이 되질 않지만,
마음이 조급해져 온다.
내 나이였을 과거의 엄마에게 패배(?)할 줄이야.
*이미지 출처: 네이버웹툰 <아홉수우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