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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성찰 2020년 2월호

밖에 나가면 마스크를 쓴 사람을 빠르게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재난 문자. 평범한 일상이 더는 평범할 수 없었던 2월. 우리 회사는 IT 회사 답게 대처를 발 빠르게 잘했다. 내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어도 다음 주까지 전체 구성원의 재택근무가 연장되었다. 안전불감증이라 워낙 사태의 심각성을 늦게 파악하는 나조차 코로나가 일상에 서서히 잠식하는 걸 온몸으로 느꼈다. 회사곳곳엔 손세정제, 체온계, 열화상 카메라가 비치되었고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업무를 하고, 외부인 출입을 막기 위해 점심시간마다 회사에서 지원받는 스페인어 어학 수업이 취소되고, 최종발표를 생략하고 예정보다 일찍 인턴생활이 종료되고 면접은 무기한으로 연기되고, 집 앞 헬스장도 요가 수업을 취소했다. 2월은 봄을 준비하는 시기인데 여전히 거친 겨울에 멈춰있다. 






나에게 일어난 3가지 사건


1. 네이버웹툰 선배와의 만남 초청

네이버웹툰 동계 인턴 전체를 대상으로 선배와의 만남 (Q&A)에 선배 사원으로 초대되었다. 네이버 JOB 판에 회사업무를 소개하는 기사나 취업박람회 강의를 보며 나도 한 번쯤은 그런 무대에 서는 기회를 꿈꿨는데 실현되었다. 일정안내와 진행방식을 전달받고 사전설문을 흥미롭게 읽었다. 발표 잘하는 팁같이 쉬운 답변이 있는 반면 워라밸 만족도나 "일을 하시면서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라는 꽤 어려운 질문도 있었다. 나를 돌아보는 이런 질문들이 반갑고 열정 가득한 친구들과 소통할 기회가 한없이 감사했다. 뻔한 대답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다행히 진심이 전달되었는지 반응이 정말 좋았다. 


2. 엄마의 버킷리스트 - 헬스장 등록

헬스장 등록은 엄마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나는 바로 집 앞에 소규모로 진행하는 깔끔한 필라테스 학원에서 1:1로 레슨을 받지만, 엄마는 오래되고 낡은 헬스장에서 그룹 수업을 이용했다. 비록 샤워실엔 머리카락이 잔뜩 있고 시설도 좋지 않고 늘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엄마는 개의치 않고 1년  넘게 다니면서 끊임없이 나를 꼬드겼다. 마침 새해 특별이벤트로 1년에 헬스장+GX 수업 전체 이용 18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이 나왔고 못이기는 척 등록했다. 사실 집 2층에 주민헬스장이 있어서 굳이 헬스장을 따로 등록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GX 요가 수업 선생님이 너무 좋다며 꼭 나랑 같이 듣고 싶다는 엄마의 간절한 바람이 있었다. 엄마의 열정에 못 이겨 어색하게 줌바 수업과 요가 수업을 연속 두 타임 들었는데 생각보다 열정 넘치고 고퀄리티 선생님의 수업에 깜짝 놀랐다. 무엇보다 엄마가 너무 행복해했다. 엄마와 딸이 같이 수업 듣는다며 본의 아니게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어딜가나 딸이라고 소개하는 엄마를 보는 게 좋다. 매주 두번 엄마가 행복한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3. 엄마에게 발렌타인 선물 - 다이슨 드라이기

엄마는 나보다 눈도 크고, 코도 높고, 다리도 예쁘고 다 좋은데 딱 한 가지. 엄마를 괴롭히는 오랜 고민은 머릿결이다. 이상하게 엄마 머릿결은 마른 줄기처럼 생기도 없고, 푸석푸석하다. 여자는 화장빨, 조명빨, 머리빨인데, 머리가 엉망이라 엄마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올해 발렌타인을 맞이해서 다이슨 드라이기를 선물해드렸다. 어차피 검색해봐도 다이슨은 할인도 안 하고 인터넷으로 구매해도 가격이 큰 차이가 안 나길래 엄마랑 백화점에 직접 갔다. 드라이기가 어째서 50만 원이나 하냐고 안 산다고 여러 차례 거부해서 매장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며 실랑이를 벌였다. 물론 훨씬 더 저렴하고 성능도 비슷한 유사상품을 살 수도 있지만, 뭐든 한번 살면 안 바꾸고 오래 쓰는 엄마를 알기에 이왕이면 제일 좋은 거로 사드리고 싶었다. 엄마 선물이지만 결혼하면 내가 갖겠다는 조건으로 겨우 구매했고 똥손도 청담동 스타일로 바뀔 만큼 엄마 만족도는 지금까지도 최고다. 

 

3가지 배움

1. 베이킹| 티라미수

오   오랜만에 한 베이킹, 최초로 도전한 티라미수. 엄마 집들이 손님과 회사 동료들과 나눠 먹었다. 나 혼자 먹을 밥을 차리는 것과 다르게 다른 사람과 나눠 먹을 요리를 하는 건 평범한 하루를 특별한 이벤트로 바꾸는 마법과 같다. 



 

2. 문화생활 | 극적인 하룻밤

코로나19 상황이 지금보다 심각하기 전이었지만 젊음의 거리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텅텅 비었다. 스탠드업 코미디를 보기 위해 공연장으로 갔는데 소리소문없이 사라져서 퇴짜맞은 뒤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혜화역으로 갔다. 로맨스 코미디와 추리 스릴러를 추천해주었고 개인적으로는 추리 스릴러를 보고 싶었지만 친구가 한국어가 유창하지 않아 추리는 어려울 수 있다는 말에 영 끌리지 않는 제목의 연극을 선택했다. 그!런!데! <극적인 하룻밤>의 여배우가 여자가 봐도 너무 사랑스럽고 매력 넘치고 찰떡으로 역할을 소화해서 푹 빠져서 정말 재밌게 봤다. 또 보고 싶고 자꾸 보고 싶은 매력만점 배우를 만나서 오랫동안 인상 깊게 기억될 것 같다. 200점!




3. 웹툰학원

단순히 취미가 아니라 업무스킬을 높이기 위해 웹툰 학원을 찾아 2시간 동안 상담을 받았다. 물론 내가 웹툰 관계자라는 사실은 혹시나 회사에 누가될까 봐 철저하게 숨겼다. 다른 사람 입에서 웹툰이 얼마나 큰 시장인지 설명을 듣는 게 흥미로웠다. 운영자는 작가가 아니기에 작품을 그리거나 연출할 필요는 없지만, 작가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니 배워서 나쁠건 없다고 생각한다. 웹툰에서 일하다 보니 웹툰의 미래가 정말 무궁무진하다는 걸 느낀다. 웹툰을 공부하고 싶다. 




나를 변화시킬 1가지 멈춤

엘리베이터

활동량도 부족한데 근육량도 부족해서 당장 운동하기엔 숨이 차고 몸이 버거웠다.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걸 찾다가 엘리베이터 사용을 멈추고 계단을 이용하기로 했다. 물론, 손에 뭘 들고 있지 않거나, 가방이 없거나, 구두 대신 편한 운동화를 신고 있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을 때보다는 의식적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계단을 이용하고 있다. 1월부터 멈추기 시작한 콜라는 아직 어긴 적 없이 잘 지켜지고 있다. (딱 한 번 환타를 먹은 적 있다. 콜라를 금지했지 탄산음료를 금지한 건 아니니까 룰은 아직 안 깨진 걸로) 



*강정욱님의 월간성찰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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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갈비뼈는 뜯어만 봤지 열어본 적 없는데, 근육 구석구석 쌓인 때를 속 시원하게 밀어주는 [내 몸과의 전쟁] 

2. 인턴 편지에서 발견한 훌륭한 사수의 자질

3. [요리] 주말 티라미수 공장 오픈, 티라미수 케이크 40개

4. N사 에서 두 번째 연봉협상

5. 마치님의 깜짝 선물♥

6. 월간성찰 2020년 1월호

7. 월간성찰 2020년 2월호


나눔 (2)

1. 꿀벌님 덕분에 커피타임 풍경이 달라졌어요.^^ 

2. 애드온 적립 감사합니다.^^

독서습관 (18) ▲3

2/27 저녁| 매일 30분

2/26 저녁| 다시 만난 엑셀

2/25 저녁| 내 영어 실력, 네 글쓰기 재능

2/24 저녁| 따뜻함에서 태어나는 차가운 말, 지적

2/23 저녁| 똑똑한 위인들의 나라, 폴란드

2/19 저녁| 엑셀을 못하는 게 아니라 수학을 못하는 게 아닐까?

2/16 저녁| 원서로 읽어보고 싶은

2/15 저녁| 캔디처럼

2/14 저녁| 헤어림 

2/14 아침| 비움으로 채운 말, 침묵

2/13 저녁|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간결

2/12 저녁| 뺏는 게 아니라 나누는 과정, 협상

2/5 야밤| 그냥 가볍게

2/4 야밤| 네 글은 수학같아.

2/3 야밤| 새로운 언어를 빠르게 터득하는 사람의 비밀

2/3 아침| 비싼 옷을 입어도 소화를 못 하는 사람, 싼 옷을 입어도 태가 나는 사람, 비결은?
2/2 야밤| 유독 눈에 튀는 사람,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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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날이

    섬세하고 아름답고 기발하고 정리되고 본보기가 되는 프스팅이네요.

    2020.02.29 20:0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꿀벌

      어머 나날이님 이렇게 빨리 댓글을 주시다니 ㅎ_ㅎ 감사해요! 사실 이게 뭐라고... 엄청 큰 숙제처럼 스트레스도 받고 부담도 느끼는데 하고 나면 그 뿌듯함이 굉장하답니다.

      2020.02.29 20:04
  • 엄지공주

    생각에 생각에
    고민에 고민에
    많은 사랑을 느낄 수가 있네요
    부러워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

    2020.03.09 15:44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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