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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성찰 2020년 5월호


나에게 일어난 3가지 사건


1) 버츄얼 회식

2월 말부터 시작해서 아직도 재택근무가 한창이다.


딱 필요한 말만 메신저로 서로 하다 보니 사막 한가운데에서 고구마를 먹는 것처럼 갑갑하다. 쓰지도 않는 회식비만 착착 쌓여가던 찰나, 여러 명이 모이는 자리를 지양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버츄얼 회식을 진행했다. 마침 매출도 좋았기에 근사한 명분도 있었다. 각자 5만 원씩, 본인이 먹고 싶은 메뉴를 집으로 배달했다. 정해진 시간에 다 같이 화상 카메라를 켜고 피자, 족발, 간장게장, 보쌈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며 이야기를 나눴다. 


2) 어버이날

엄마 선물은 고르기 쉬운데, 아빠 선물은 여전히 어렵다.


현금이 최고의 선물이라는 사실엔 변함없지만, 선물을 고르는 과정도 선물의 일부라는 생각에 어떤 걸 하면 좋을까 고민 끝에, 엄마 전용 이모티콘, 아빠 전용 이모티콘을 사이좋게 하나씩 선물로 보내드렸다. 단돈 2천 원이지만 효과는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아빠는 바로 다운받아서 사용하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생소했는데 이런 거 한 번쯤은 써보고 싶었다는 말에 괜히 울컥했다. 평소 무뚝뚝한 아빠 말투 때문에 상처받곤 했는데 '왜 아빠는 좀 더 부드럽게 말하지 못할까?'라는 불평에서 '이모티콘을 쓰면 좀 더 부드럽지 않을까?'라는 해결책을 찾았다. 실제로 이모티콘으로 이런 갈등도 많이 해소됐다. 친구끼리는 많이 주고받았는데 가족한테는 이색적이고 특별한 선물이 되었다.




3) 명동성당 결혼식

코로나가 결혼식 문화도 바꿨다.


역학조사를 위해 입장하기 전에 개인정보를 적고, 마스크를 한 시간 동안 끼고 혼인미사를 보고,

음식을 받을 때도 비닐장갑을 끼고, 식당에서 대화를 자제해달라는 문구가 곳곳에 있다.

명동성당도 처음 가볼 정도로 종교에 무지했는데 차분하고 성스럽게 진행된 이 날의 기억이 오래 남을 것 같다.  


3가지 배움

1) 남겨도 괜찮아


어릴 땐 남김없이 깨끗하게 먹는 걸 미덕으로 여겼다. 맛이 없어도, 배가 불러도 꽉꽉 채워 넣었다. 성인이 된 지금도 내가 배부를 때 끊지 못하고, 다 식은 마지막 남은 음식은 꼭 내가 처리하게 된다. 누군가 뭘 사주더라도 잘 먹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과장해서 더 맛있게 먹기도 하다. 살 안 찌는 사람들은 그런 습관이 없다. 뭐든 적당히. 과장하는 법이 없다. 3월 내내 다이어트와 운동을 병행했더니 일상 속 이런 작은 습관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어제와 오늘, 이틀을 제외하고 꾸준히 했다. 어제는 결혼식 갔다 오고 제대로 뻗었다. 오랜만에 구두를 신었더니 다리가 퉁퉁 부어서 도저히 운동도 스트레칭도 할 힘도 남질 않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의식적으로 처음 음식을 남겼다. 정확히는 스타벅스 그린티 프라푸치노를 세입 마시고 남겼다. 음식을 남긴다는 죄책감,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 입맛에 맞지 않는 걸 먹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이겼다. 이젠 내가 좋아하는 것, 몸에 좋은 것에 맞춰서 먹으리라 배웠다. 남은 음식보다 내 몸이 더 소중하니까. 


2) 요리 (레몬 파운드 케이크 & 피칸파이 & 카베츠 롤)

몸에 좋은 음식에 관심이 생기면 요리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간다. 내가 먹는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조리되고 어느 정도의 영양분을 섭취하는지 양 조절이 가능하다. 5월엔, 레몬파운드 케이크, 피칸 파이, 카베츠 롤을 만들어 먹었다. 나만의 간식이 생기니 든든하다. 먹는 시간이 소중하다 보니 이왕 먹을 때 맛있는 걸 맛있게 먹고 싶은 욕구가 커진다. 또 먹고 열심히 빼야지!



3) 스쿼시

남은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스포츠 하나쯤은 꼭 찾고 싶었다. 드디어 찾은 것 같다. 내 인생 스포츠를. 지금껏 다양한 구기 종목을 해봤는데 스쿼시만큼 스트레스 해소가 잘 되는 운동은 처음이었다. 테니스랑 라켓볼은 공도 라켓도 너무 무거워서 손목에 무리가 갔는데, 스쿼시는 딱 맞았다. 그 쾌감을 잊을 수가 없다. 스쿼시를 더 잘 치기 위해서 유산소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매달 최소 1번은 꾸준히 쳐야지. 코트 위에서 스쿼시를 치는 시간, 단 5분이라도 제대로 치기 위해 꾸준히 유산소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길러야지. 


3가지 만남

1) 영원한 인턴

첫 번째 직장에서 많은 인연을 만났지만, 이어지는 인연은 많지 않다. 그 중 단 한명 꾸준히 연락하고 주기적으로 만나는 친구가 있다. 일년에 한 번 돌아오는 서로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자리를 갖는데, 더이상 공통점도 없고, 다른 점이 많지만 꾸준히 이어져 오는 관계가 소중하다. 올해 생일을 맞아서 대왕카드를 준비했다. 스케치북 8절 사이즈만한 편지지 두 장을 꽉 채웠다. 커플로 세미 정장도 맞췄다. 물론 색깔은 다르게. 


2) SBS 언니들

바야흐로 2016년, 1800:1 치열한 경쟁률을 치르며 SBS 공채를 봤었다. 2박 3일간 합숙면접을 하며 알게 된 멋진 언니들이 있다. 그때 모두의 부러움을 산, 최종 합격한 언니가 최근에 이직 했다. 구글 유튜브팀으로. 이직 축하 겸 일 년 만에 겨우 셋이 모였는데, 정말 다 가졌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미모와 지성을 갖춘 언니를 보면서 주말 내내 무기력했던 날 러닝머신으로 향하게 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이렇게 본받을 수 있는 멋진 언니들과 함께하는 자리가 참 귀하다. 


3) 듣똑라

사람을 만나는 횟수는 줄어들고 미디어를 시청하는 시간을 길어지는 요즘. 꼭 사람과 대면하지 않더라고, 사람을 만난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게 바로 유튜브 덕분이다. 이번 한 달 동안, 새로 본 넷플릭스 시리즈, 다큐멘터리, 영화, 드라마, 웹툰도 많지만, 내가 '만난' 최고의 유튜브 채널을 소개하면 어떨까 싶어서 이번 '만남' 코너에 추가했다. 


이번 달에 만난 내가 뽑은 최고의 만남은 바로 [듣똑라]다. 듣기만 해도 똑똑해지는 밀레니얼 라이프 주제로, 중앙일보 기자 3인이 최신 시사, 지식, 커리어, 라이프스타일을 얘기해준다. 친근하고 솔직한 [둥지언니] 채널도 많이 봤는데, 5월 내 마음 속 1등의 영광은 [듣똑라]에게로! 번창하세요!


나를 변화시킬 1가지 멈춤

손톱 

나는 액세서리를 별로 하지 않는다. 그나마 귀걸이는 예쁜 게 있으면 하나씩 사긴 하지만 그 외엔 크게 관심이 없다. 그중에서 손에 하는 건 특히 관심이 없다. 반지, 팔찌 등.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의 짜리 뭉뚝한 길이의 손가락, 마당을 쓸고 온 선머슴 같은 손톱 때문이다. 호박에 줄 그으면 수박이 되나. 뭘 해도 예쁘지 않은 내 손에 굳이 투자하고 싶지 않았다.


손톱 기르는 게 제일 어렵고 곤혹스럽다. 조금만 자라도 그새를 못 참고 손톱을 뜯는 습관 때문이다. 내가 가지지 못해서였을까, 가늘고 길게 뻗은 손가락은 여성스러워 보였고, 손톱이 가지런하면 자기관리를 잘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마디가 길고 시원하게 뻗은 손가락은 갖기 어려우니, 적어도 손톱은 물어뜯지 말자고 이번 습관에서 다짐했다. 손끝에 닿을락 말락 하게 겨우 손톱을 기르고 5월 8일 네일샵에 갔다. 깔끔하고 화려한 색들이 가득했는데, 손톱이 짧아서 별로 바를 것도 없는 손에 젤네일은 사치라는 생각에 가장 기본, 손 관리만 후딱 받고 나왔다. 그것만 해도 훨씬 깔끔해져서 내 손에 자꾸 눈길이 갔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고 나서, 관리받은 상태를 최대한 잘 유지하고자 조심했다. 부러지거나 금이 가지 않도록 (사실 부러질 정도로 길러본 적도 없다) 최대한 손톱에 신경을 덜 썼고 5월 말 지금, 내 인생 중 최고로 길고 가지런한 손톱을 갖고 있다. 


고비는 손톱에 살짝 금이 가서 이걸 뜯어야 할 때다. 손톱깎이로 싹둑 자른 후, 손톱 라인을 다듬었다. 손톱 하나가 망가지면  '에이 망했어'하고 다른 손톱도 다 망가뜨렸는데, 그렇게 다듬고 나니 다시 버틸 힘이 났다. 이번 습관을 계기로 잘 지켜서 어디 꺼내도 부끄럽지 않은 손이 되고 싶다. 젤네일 바르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

지금에서야 말할 수 있는데, 사실 손톱 물어뜯기는 나의 오래된 못된 습관이자 꼭 고치고 싶은 나쁜 습관 중 하나였다. 매달 하나씩 '멈춤' 습관을 진행하면서 12번 중 한번엔 무조건 포함하리라 다짐했는데, 이제서야 '손톱 물어뜯기' 멈춤 습관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5월이 딱 돼서, '이제 물어뜯지 말자!'라고 시작한 게 아니다. 1월 초에 내가 멈추고 싶은 습관을 3개 정도 같이 시작하고 중간에 탈락하고 성공한 것 하나만 월간 성찰에 적는다. 손툽 물어뜯기 멈춤 습관은 1월부터 시작해서 4번의 실패 끝에, 5번째때 성공한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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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march

    꿀벌님의 월간 성찰을 읽으면서 나는 뭘 했지? 생각해봤는데 그다지 정리할만한 일이 없었네요. ㅠㅠ 자신을 멋지게 가꿔나가는 모습, 역시 멋져요 ^^

    2020.06.01 00:0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꿀벌

      다섯번째 쓰다보니 요령이 생겨요 ㅎㅎ 한번에 기억하면 떠오르는 게 없는데, 그때그때 기억하고 싶은 걸 기록해두면 훨씬 쉽더라고요! 저는 마치님도 써보시길 정말 추천드려요! 내 삶이 마치 하나의 이벤트처럼, 연극처럼, 영화처럼, 책처럼 챕터를 쓰는 느낌이에요!

      2020.06.01 23:19
  • 스타블로거 부자의우주

    손톱 물어뜯기 ㅎㅎㅎ 그리고 스쿼시와 아빠 전용 이모티콘이 매우 땡기네요. 꿀벌님이 참 변화가 많은 생활을 하고 계셔서 가끔 블로그에 오면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되고는 합니다. 앞으로도 에너지 넘치고 균형 있는 라이프 기대하겠습니다. 아자!(사랑하는 따님이 화이팅이 싫다고 해서 그 다음부터 아자!를 사용하고는 합니다.)

    2020.06.02 08:20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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