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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늑대

[도서] 울지 않는 늑대

팔리 모왓 저/이한중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아침에 공복 운동 1시간, 저녁 운동 1시간 그리고 반신욕.

하루에 두 번 운동한 날은 개근상을 받은 것처럼 뿌듯하다. 


3일 연휴 동안 하루1독, 총 3권 책 읽기 두 번째 날도 무사히 마쳤다. 

목표량을 채우지 못할까 봐 이른 아침부터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내가 변태적인 성향이 있는 건지 스스로를 옥죄는 타임라인을 은근히 즐기는 것 같다.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진 날마저도 책을 읽지 않으면 

평소 '책 읽을 시간이 없다'며 미룬 과거의 나를 손가락질 할 수밖에 없기에 더욱 부지런히 눈동자를 굴렸다. 


첫째 날엔 재테크 책을 골랐는데, 

두 번 째는 환경부에서 우수환경도서로 선정한 자연 에세이/자연과학서를 읽었다. 

(이 책을 계기로 다른 자연과학서에도 큰 흥미가 생긴다.)


책에 담긴 아련한 추억 때문에 2년 동안 첫 장도 펼쳐보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마음속에 자리잡힌 낡은 벽 하나를 허문 느낌이다. 베스트셀러에 손이 가지 않는 나로서는 책을 알게 된 계기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왜 이 책을 나한테 추천해줬으며, 상대방은 어떤 생각을 하며 읽었을까, 이 구절을 읽을 땐 어떤 표정이었으며, 무엇을 떠올렸을까, 지금은 어떻게 남아 있을까. 


미리 읽었더라면 이 책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얘기를 나눠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럴 기회를 놓친 게 안타깝다. 내가 감명 깊게 읽은 것에 비해 책 평가는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내용이 가볍다는 게 그 이유인데, 책을 선물해준 사람 때문인지 새로운 분야에서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내가 추천받은 것처럼 누군가도 내가 추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책이 특별하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늑대'에 대한 기본 상식이 왜곡되었음을 알려준다. <아기돼지 삼형제>나 <늑대와 빨간모자>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듯이 이솝우화에 나오는 늑대는 늘 누군가를 헤치는 존재로 그려진다. 늑대를 '잔혹한 킬러', '남자는 모두 늑대'라는 프레임이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자연학자인 팔리 모왓은 늑대와 1년간 생활 및 관찰하며 우리가 알지 몰랐던, 혹은 외면했던 늑대라는 존재와 늑대의 삶을 새롭게 보고했다. 


늑대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하나씩 깨우쳐 가는 것도 즐거웠지만, 나는 이 책에서 다른 메시지를 얻었다.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부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모르게 겹겹이 쌓인 잘못된 정보 때문에 진실을 바라보는 눈을 영영 뜨지 못하는 건 아닌지, 내가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눈을 감고 바라보련다.  


"인간 문명의 탐욕에 희생된 야생 늑대의 숨겨진 진실" 


- 옮긴이의 글에서


팔리 모왓이 이 책에서 그려낸 늑대는 우리가 그동안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쌓아온 야수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다른 존재다. 한때 인간과 공존했던 늑대는 인간 문명의 탐욕에 희생된 대표적인 동물로 묘사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믿고 있는 늑대에 대한 '신화'는 인간 자신의 죄와 비겁의 투영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 말은 곧 우리가 늑대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과 몰이해는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라는 뜻이다. 정작 피에 굶주린 야수는 다름 아닌 우리 인간들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짐승과 인간의 위치가 바뀜을 느낀다. 여기 나오는 늑대의 도덕성은 인간의 그것을 뛰어넘는 것이다. 가정생활, 성 문제, 공동체적 유대, 식습관 등 늑대의 생활상을 목격하면서 인간이라는 짐승의 부끄러움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논핀션으로 분류되는 이 책에 소설적 요소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작가의 말대로 사실이란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오직 진실을 위해서만 중요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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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이루

    '우수환경도서'라는 책표지가 믿음직한 늑대의 모습과 함께 빛나보입니다~^^ 늑대의 좋은 면모를 우리 인간이 본받아야 하는데 왜곡된 시각에서 비롯된 잘못된 지식으로 우리는 늑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지요.
    꿀벌님~ 잘 지내시죠? ^^ 태풍의 범위권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는지 바람이 많이 부네요. 바람과 빗길 조심하시고, 몸에 좋은 음식들 잘 챙겨드시면서 행복한 하루하루 보내세요!

    2020.08.27 12:3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march

    날카롭지만 뭔가 신뢰가 가는 눈빛이네요.옛날 동화들은 늑대를 야비하고 음흉한 동물로 비유해서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되는 것같아요.저도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많을텐데...궁금한 책이네요^^

    2020.09.02 11:13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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