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키우는 것에는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라는 시구가 있지요. 식물을 키우는 것은 팔할이 기다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특히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급한 성격이라고 하는데요, 그런 급한 성격대로 식물을 키우다보면 식물 친구들을 여럿 다른 세상으로 보낼 수 있어서 조심해야합니다.
"여러분보다 조금 일찍 식물 생활을 시작한 제가 가장 크게 배운 것은 '기다림'인데요. 식물의 성장을 기다리는 인내심이 생겼고, 말 못하는 식물이 혹여 아픈 건 아닐까 걱정하며 매일매일 관찰하는 습관도 생겼어요.
-중략-
어떠한 일에 조바심을 내기보다 한숨 고르며 기다려보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이해하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지요."-이 책, 머리말, p11-
<식물이 아프면 찾아오세요> 책을 낸 "독일카시"님은 난초의 한 종류인 카틀레야를 좋아해 그와 같은 별명을 붙였다고 합니다. 원래 피아노를 치는 분이었다고 하네요. 요즘에는 이분처럼 본업과 별도로 식물을 키우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해봅니다. 특히나 코로나19시대 집콕하는 분들이 많은 요즘은 더욱 그러하겠지요.
글쓴이는 앞서 소개한대로, 이 책 머리말에서 식물을 키우는데 기다림이 중요함을, 그리고 그 기다림을 통해서 성격도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요즘 반려동물이 유행인 것처럼 반려식물, 식물집사가 또 요즘 유행이기도 한데요, 정작 식물을 관심있게 바라보고 잘 키워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괜찮다 싶은 식물을 사 갖고 와서는 시들면 버리기를 반복하기 쉽습니다. 결국 식물을 키우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앞서 말한대로 식물에 대한 관심과 정성, 그리고 '기다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책과 함께 이번에 손을 본 장미허브, 호접란을 같이 두고 찍어보았습니다.-
집에 미니 산세베리아가 많이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보내고 남은 것들이 잘 크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밉게 모양이 변하더라구요. 그 사이에 새순이 돋아나기에 기다리지 못하고 밉게 변해버린 오래된 순들을 뽑아냈더니 새순도 버티지 못하고 가버렸습니다. 새순이 나올 때까지 비록 낡은 잎이지만 힘이 되어주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무럭무럭 자라는 어리고 싱그러운 아이들만 있다면 보기에는 좋겠지만 그 아이들이 세상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자랄 때까지 비록 늙고 힘이 없어 시들어보여도 어른이 지켜보고 버텨주는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식물도 그와 같지 않을까 싶어요. 낡은 잎도 처음에는 새 잎이었을 것이고 그 잎이 자라면서 또 새로나오는 잎을 위해 양분을 받아 전해주고 제 역할을 하고 있었겠지요. 특히나 미니 산세베리아는 그저 지켜보고 기다리면 알아서 잘 크는 식물인데, 마음이 급해 예쁜 모양만 바라다가 저 멀리 보내버린 것이 너무도 아쉽습니다.
이 책에 독일카시 님이 처음 말한 것처럼 정말 지켜보고 매일매일 바라보면서 함부로 손대지 않는 '기다림'이야말로 식물을 키우는 데 있어서 반 이상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 책을 넘기면 아팠던 식물 종류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소개해줍니다. 그 식물 순서대로 아팠을 때 어떻게 처방하는지 알려주고 있는데, 이 책이 좋은 점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 위주로 나왔다는 것이지요. 집이나 회사 어느 구석에 처박혀서 무관심에 시들고 있을 식물 친구들을 찾아 책에 나온 처방대로 하기에 좋습니다.
-[스노우 사파이어]를 '초록 잎에 하얀 눈이 내려앉은 걸까'라는 부제목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참 잘 어울립니다. 이 책p166에서 볼 수 있습니다.-
[스노우사파이어]는 예전 <레옹>이란 영화에서 나온 식물로 유명하지만 정확히는 스노우 사파이어가 속해있는 아글라오네마속의 실버 퀸이라고 하네요. 천남성과 식물로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보는 스파트필룸과 같은 종류인데 꽃 모양이 비슷하고 독성이 있습니다. 스파트필룸이 잎 끝이 자주 갈변하는 것에 비해서 갈변도 적고 비교적 튼튼한 편입니다.
우선 글쓴이는 식물을 소개한 이후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라고 물어봅니다. 잎의 흰 무늬가 줄어들 수도 있겠네요. 스노우 사파이어란 이름처럼 잎의 흰 무늬가 이 식물의 장점인데 이게 줄어들면 큰일이겠죠. 여기에 대해서 "혹시 추운 곳에 오래 둔 적이 있나요?"라고 물어보고 처방을 내려줍니다. 아글라오네마속이란 종류가 이름에서 오는 느낌처럼 어쩐지 이글거리는 태양 같은 느낌이 있기도 한데요, 그 느낌처럼 이 식물 종류는 아프리카에서 왔답니다. 쉽게 죽지 않고 잘 크는 식물이지만 원산지를 볼 떄 추위에는 약할 듯 하네요.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위 사진처럼 "식물에게 필요한 처방을 선택하세요"라고 사진과 같이 알려줍니다. 보통
1. 수경재배하기
2. 흙에 옮겨 심고 번식하기
3. 분갈이 하기
등등의 처방을 내려주고 그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수경재배할 때 어떻게 잘라서 넣어야하는지, 흙에 옮겨 심고 번식할 때 어떤 흙을 써야하는지, 분갈이할 때 화분은 어떤 것이 좋고 배수를 위해서 어떻게 흙을 깔아두는지 등등의 정보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요즘 식물에 관심이 많아짐에 따라서 식물 키우기를 소개하는 블로그 등의 정보도 많아졌지만 찾다보면 정보는 많지만 뭔가 깔끔하게 정리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등장은 그동안 정보의 바다에서 헤매된 식물 어린이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되겠네요.
이 책 처음에 보면 처방을 내린 식물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회사에 있던 것들을 몇 개 책을 보고 손을 대 보았습니다. 저도 식물계의 금손은 아니라서 그동안 많은 식물이 제 손을 거쳐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이제라도 바람직한 길을 찾아보아야겠지요.
[푸밀라 고무나무], -이 책 p170-는 언뜻 보기에는 고무나무 같지 않고 땅으로 기어가면서 덩굴처럼 성장합니다. 그래도 잘라보니 언뜻 흰 고무액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무성하게 자란 풀 같은 것이 고무나무인지도 몰랐는데 이제 정리 좀 해줘야 할 것 같아서 몇 가지 잘라 물에 담가 수경재배를 시도해보았습니다. 푸밀라 고무나무는 수경재배가 오래걸린다고 하는데 잘 자랐으면 좋겠네요.
마침 노랗게 변해가던 연화목도 같이 물꽂이 해두었습니다. 하얀 것이 솟아나더니 뿌리가 뻗아나가는 것이 참 신기하네요.
[호접란]입니다. 회사에 있던 화분인데 누군가 지나가다 툭 쳐서 화분에서 떨어진 상태입니다. 수태는 오래되었고 아래 뿌리는 말라버린 모양인데요. 집에 가져와서 이 책 86p에 나온 대로 하이드로볼과 바크를 섞고 마른 뿌리는 잘라내고 심어보았습니다. 독일카시님 블로그에서 호접란이 꽤 유명인사던데 저는 그렇게 키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역시 앞서 이야기한대로 "기다림"이 필요하겠죠.
하이드로볼과 바크를 섞어 새로 심은 호접란입니다. 물을 듬뿍 주고 비교적 따뜻한 방으로 옮겨 기다려보기로 합니다. 뒤에는 역시 무성하게 자라 볼품없던 장미허브를 이 책 78p에 나온대로 정리한 화분이 살짝 보입니다. 장미허브는 허브라고 하기가 좀 그런 것이 마치 잡초처럼 잘 자라는데 잎만 꽂아도 살아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잘 지켜보지 않으면 웃자라서 모양이 몹시 보기 싫어지기도 해서 계속 신경써서 봐야하는 식물이지요.
독일카시님 블로그에 있는 [호접란]입니다. 이 책에 나온대로 다이소에서 하이드로볼과 바크를 사서 역시 다이소 사각 플라스틱 화분에 심었는데 이렇게 자라났답니다. 제가 정리한 호접란도 저렇게 되길 기원해봅니다. 역시나, 기다림과 관심이 필요하겠지요.
이런저런 식물에 관심이 많지만 정작 식물이 시들고 죽어가기 시작하면 어찌할 바 모르다가 그냥 버린 경험이 많던 식물 초보자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지금 그렇게 보낸 식물들이 많구요. 글쓴이는 그런 분들이 식물 정보의 바다에서 헤매지 않고 이 책을 보면서 대처하면 좋게 정리해주셨습니다. 소개한 식물들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어렵지 않은 식물들이 많아 편하게 접근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 책 맨 뒤편에 보면 [식물이 자라는 시간] 페이지가 있습니다. 글쓴이의 손을 거쳐 시간을 보내고 다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식물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있지요. 손 안타고 잘 자라주면 좋지만 그런 식물들이 어디 있을까요. 언젠간 아프기도 하고 시들기도 하고, 그런 식물을 보면서 보살피고 다시 자라게 만들었을 때 그 기쁨은 정말 표현하기 어렵겠지요. 그리고 그 과정에는 결국 "기다림"이 필요할 것입니다.
글쓴이는 그렇게 기다리면서 식물을 돌보다가, "어떠한 일에 조바심을 내기보다 한숨 고르며 기다려보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이해하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지요."라고 말해줍니다. 식물을 잘 키우다보면 그 과정에서 그 사람의 마음도 함께 커가는 모양입니다. 아프다가 다시 나아 자라나는 식물처럼 우리도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아픔을 치유받게 된다면 좋겠네요.
YES24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이 글을 작성하면서 길벗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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