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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기행 2

[도서] 삼국지 기행 2

허우범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당대 사람들의 소망이 담긴 역사를 보다

 

어린 시절, 계몽사 어린이문고에 있던 삼국지로부터 시작해서 이문열의 삼국지, 황석영의 삼국지 등 삼국지 책을  차례로 읽던 기억이 난다.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매체가 발달하기 이전, 책만 읽던 시절에는 여러번 읽어도 질리지 않던 책이 삼국지였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던 [삼국지]와 [삼국지연의]는 불멸의 고전이자 위대한 문화유산이며, 그 속에는 인간사의 흥망성쇠가 웅대한 서사시로 펼쳐져 있고 오늘날까지 각 분야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글쓴이는 "[삼국지연의]로 인해 발생한 오해와 억지가 마치 진실처럼 되어 버린 경우가 많다. "며 경계한다. 

낙봉파도 그 대표적인 것 중 하나다. 나관중에 의해 방통의 사망 장소가 결정되자 후세 사람들이 사천성 덕양의 험준한 지점에 낙봉파라는 지명을 만들었다. 청나라 때 시인이자 학자인 왕시진이 '낙봉파에서 방사원을 조상하다'는 시를 지었고 이것이 [중국고금지명대사전]에 수록되었다. 

-용쟁호투의 역사적 전설 중에서, 117쪽 - 

 

"[삼국지연의]가 노리는 것이 바로 이러한 중독에 있는 것은 아닐까. 잘못된 아홉이 사실이라고 떠들면 진정한 하나는 묻혀버리는 대중 심리의 활용. 그리고 이를 통한 정치적 역사적 공고화. [삼국지연의]는 이 부분에서 최고이자 최선의 자리에 있는 것이다."

글쓴이는 이 책을 통해 "정사[삼국지]의 사실과 [삼국지연의]를 비교하면서 영웅들이 누볐던 현장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반추해보았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던 삼국지였기에 역사적 사실이 삼국지연의에서 변형된 것처럼, 오늘날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서 변형되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삼국지가 범람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알던 기존의 삼국지 또는 비즈니스나 자기개발에 집중된 변형된 삼국지가 아닌 실제 역사속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삼국지를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주는 큰 기쁨이다. 


 

삼국지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인물은 조조라 할 수 있다. 삼국지에서 유비의 대척점에 서서 악역을 담당한 조조는 끝내 황제가 되지는 않지만 그 자식인 조비가 황제에 오르도록 사전 준비를 해두고 떠난다. 조비는 황제에 오르면서 선양이라는 모양새를 취하고 헌제를 산양공에 봉한다. 글쓴이는 산양공이 말년을 보냈던 산양고상을 둘러본다. 고성은 길을 만드느라 두 동강이 나 있고 성에는 마을 사람들이 일군 텃밭이 보인다. 힘없이 선양을 해야했던 헌제의 모습이 떠오르는 듯해서 쓸쓸하다. 

글쓴이가 찾은, 조비가 헌제로부터 선양받아 황제에 오른 조비의 사당 안에는 정작 조비를 모신 곳이 없다. 관야류란 편액을 걸고 관우신을 모신 누각이 있는가 하면 송나라 때 명판관 포청천을 모신 포공전이 보인다. 조조가 자기 가족들의 사당으로 지은 문제묘 안에 정작 상관없는 인물들이 모여있으니 헌제의 선양을 바라보는 진정한 민심이 어디에 있었는지 보여주는 예처럼 보인다. 

삼국지 관련 유적들은 중국 전역에 퍼져 있지만 이들 유적 모두가 잘 보전되어 있지는 않았다. 관심없는 것은 버려지고 관심있는 것들은 북적거린다. 한편으로 요근래 재평가 받고 있는 조조의 유적은 새로 단장중이다. 공원으로 넓어지고 조조의 이름을 딴 대로도 생겼다. 오늘날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는 사람이라면 삼국지 인물의 흥망을 글쓴이의 여행과 함께 지켜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본래 역사적 유적을 복원한다는 가치보다는 관광 상품 개발에 치중하는 경향도 보인다. 삼국지연의 전반에 흐르던 관우신앙은 오늘날에도 여전한데 이 책 한편에는 돈을 내면 고개를 들어 쳐다보는 관우상도 등장한다. 길흉화복을 빌고 자신의 경제적 부를 일구고자 하는 오늘날 중국인들의 현실 모습이 역사 유적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삼국지에서는 유비, 관우, 장비를 비롯해 조조와 손권 등 많은 인물이 나와 싸움을 벌인다. 이 싸움은 옆에서 지켜보는 독자들의 소망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글쓴이는 "소망하는 역사란 오직 인간의 사고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말한다. [삼국지연의]는 촉한정통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그 당시 북방민족에게 핍박받고 있던 송대 중국민족의 소망을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삼국지]의 이야기가 오늘날까지 계속 읽히고 인기있는 이유는 책을 읽는 독자가 살고 있는 당대의 소망을 삼국지 인물과 사건 속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글쓴이는 "[삼국지연의]가 갖고 있는 장점은 무엇인가?"하고 묻는다.

"[삼국지연의]는 역사적 사실을 반영하였으니 '역사적 허구다'라고 말하면 연의임을 내세워 문학 작품임을 강조한다. 대다수 독자들은 어느 것이 사실이고 어느 것이 허구인지 알려고 신경쓰지 않는다. [삼국지]가 주는 소설적 재미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이 답한 글쓴이는 소설적 재미에 빠진 독자들에게 자신의 여정을 통해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알려주고자 한다. 글쓴이는 이국 멀리 갈 수 없는 독자들을 위해 역사 현장의 사진과 함께 상세한 설명을 덧붙인다. 그 여정을 통해 우리는 삼국지의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허구를 대충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다. 이렇게 숨은그림 찾듯이 사실과 소설의 경계를 글쓴이와 함께 가다보면 장강에 이르러 삼국지기행이 멈춘다. 

조조와 그의 후손들의 흥망을 볼 수 있는 업성과 동작대부에서 시작한 [삼국지기행2]의 여정은 역사의 흐름과 같이 고고히 흐르는 장강에서 마무리한다. 글쓴이는 장강의 유람선을 타고 장강을 둘러보다가 삼협댐의 완공으로 변한 마을의 모습을 안타까워한다. 경제발전을 위하여 건설한 댐은 많은 문화유산을 물에 잠기게 했다. 물 속에 잠긴 문화유산은 문화에 소홀한 현대인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현대인의 경제적 욕심에 물에 가라앉았을까. 

"밤낮없이 흐르는 장강"은 역사속 영웅과 선비들을 품고 흐른다. 장강의 물결처럼 세월은 흐르고 글쓴이가 돌아본 삼국지의 역사유적들은 세월의 흔적을 타고 있다. 사람들의 소망을 담은 소설 [삼국지연의]와 그 현장을 따라가는 기행 속에서, 장강의 물결을 거스를 수 없듯이 자연 속에 한낮 나약한 인간의 존재와 그 인간들의 소망이 담긴 역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했습니다. 

이 글을 작성하면서 성안당(책문)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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