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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도서] 파친코 1

이민진 저/신승미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강인한 생명력으로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일제강점기의 한민족, 특히나 친일파가 아닌 일반 사람들은 어렵게 살 수밖에 없었다. 이 소설은 그들 중 훈이와 영진의 자식인 선자로부터 비롯된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소설 속에서 그나마 잘 살던 한수도 결국은 일본인 오야붕의 딸을 아내로 맞이한 덕에 그렇게 지낼 수 있었다. 세상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정당하고 떳떳한 방법으로는 잘 먹고 잘 살 수 없는 시절이었다. 그 시절, 그 세상 속에서 역사 속에 버려진 듯한 사람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인한 생명력으로 하루하루 버텨 나간다. 이 소설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위와 같은 소설 첫 문장은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 하다. 

부산 영도의 늙은 어부와 아내 사이에서 시작한 훈이의 심장 박동으로 이어졌고 양진과 함께한 후 다시 선자로 넘어갔다. 아들이 귀한 시대에 딸로 태어났지만 훈이는 그런 딸을 어여쁘게 여겼고 그 모습이 선자의 매력으로 남겨졌다. 그 당시 시대와 다르게 훈이는 아들이 아닌 딸을 소중히 여겼고 그런 마음이 선자에게 넘어가 둥글둥글하면서도 강단 있는 여인으로 남았다. 

 

[파친코]라는 소설을 알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애플TV에서 나온 [파친코] 드라마 시리즈 덕이 크다. 이 시리즈를 다 보지 못했고 유튜브를 통해서 요약한 것이나 부분 장면만 보았다. 선자 역을 맡은 김민하 배우는 소설 속 선자의 이미지와 매우 잘 어울렸다. 투박한 시골처녀이지만 어딘지 끌리는 매력을 지녔고, 날카로운 도시 여자들과 달리 둥글둥글한 몸매에 한수의 시선을 담박에 끌 수 있는 이미지. 어수룩해 보이지만 강하고 강단 있는 생활력을 지닌 여성. 그런 여성의 이미지인 선자가 일제강점기 일본에서의 어려운 생활을 꿋꿋하게 헤쳐나가는 이야기가 이 소설의 줄거리이다.

한수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배고, 한수가 아내가 있는 것을 알고 이를 멀리하게 되었다. 그 동안에도 속절없이 선자의 배는 불러오고, 마침 선자와 엄마가 하던 하숙집에 머물고 있던 병약한 목사인 이삭과 만나 일본으로 가면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어렵지만 일본 생활에 적응하여 그럭저럭 살아가는 동안, 갑작스레 이삭이 경찰서에 끌려가고 만다.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이삭이 어느날 거의 죽어가는 몰골로 집에 나타났을 때 아들인 노아가 장사를 하는 선자에게 알리러 간다. 

선자의 아버지는 선자가 잘한 일이 있으면 항상 칭찬했다. 선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조차 아버지는 습관처럼 선자의 정수리를 쓰다듬거나 등을 토닥거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 선자는 아버지의 따뜻하고 다정한 말을 반짝이는 보석처럼 소중히 여기며 의지했다. 

그리고 지금, 남편이자 노아의 아버지인 이삭이 생사를 헤메는 상태로 돌아온 시점에서 이를 알리러 온 노아에게 아버지가 자신에게 했듯 칭찬의 말을 한다. 선자의 아버지, 훈이의 내리사랑이 느껴지는 대목이며 선자의 강단있는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었을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선자와 함께 이 소설의 주된 인물은 한수이다. 노아라는 아들로 맺어진 인연은 이 소설이 끝날 때까지 한수와 선자를 이어간다. 

12년이 흘렀다. 그때와 똑같은 얼굴이 여기 있었다. 자신이 몹시 사랑했던 그 얼굴이었다. 선자는 밝은 달빛과 차갑고 푸른 바닷물을 사랑했듯이 한수의 얼굴을 사랑했다. 한수는 여전히 침착했고 신중하게 내뱉은 모든 말은 확신에 차 있었다. 한수는 선자 아버지나 이삭, 요셉과 창호와도 달랐다. 

선자가 사랑한 한수의 이미지는 애플 TV에서 방영한 [파친코]시즌1에 나오는 이민호 배우와 잘 들어맞는다. 날카롭지만 잘생긴, 잘생겨서 밝은 달빛과 같지만 푸른 바닷물처럼 한없이 차가운 성질을 가진 모습. 그렇게 오랜 시간 후에 찾아온 한수는 선자에게 "오사카를 떠나야 해."라고 말한다. 한수는 자신의 가족을 보호하고 있었다. 오랜시간 동안 보이지 않았지만 선자와 결국에는 자신의 유일한 아들인 노아를 지켜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모르는 일을 아는 일" 그것이 한수가 자신의 가족인 노아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일이었다. 

어찌 생각하면 그나마 선자는 한수를 사랑했던 덕에, 한수의 보호 아래 험난한 일본생활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 요릿집 주인인 창호를 만나 김치를 만들어 팔던 것도 결국 한수가 뒤를 봐준 것이었다. 전쟁의 화마를 피해 시골 농장에 몸을 의탁하게 된 것도 한수의 보호 덕분에 가능한 것이었다. 젊었을 때 맺어진 사랑은 선자의 일생 동안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리고 선자와 이삭 사이의 아들, 모아수가 다른 일본인 왕따 학생을 친구로 두는 것으로 1권의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변호사 생활을 그만두고 오랜 세월동안 한국인에 대한 소설을 써온 작가의 글은 단숨에 1권을 읽어가가게 만들 만큼 흡인력이 있었다. 선자를 중심으로 한수와 이삭, 요셉과 경희, 창호 등등 모두 생명력 있는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다. 이런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려운 시절을 강인한 생명력으로 버텨나갔던 예전 우리 선조들의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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