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조선의 명화, 붉은 치마폭에 짙은 매화 향을 담다(빨강)

[도서] 조선의 명화, 붉은 치마폭에 짙은 매화 향을 담다(빨강)

서은경 글,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윤동주 문학관에서 초소책방을 거쳐 윤동주 하숙집으로 이르는 길은 내가 좋아하는 산책길이다. 그 사이에 있는 수성동 계곡은 여름에 장대비가 쏟아지면 흐르는 물을 정자에서 보는 풍경이 제법 운치있다. 겨울에 계곡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수성동 계곡의 모습이 들여다보인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가 생각나는 곳이다.

 

인왕산 아래 수성동 계곡에서 찍은 사진

수성동계곡은 예전에는 더 무성한 수풀이 우거져 아름다웠을 것이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예전 조선시대 아름다운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가 이 책의 첫 장에 담겨 있다. 

"붉은 치마폭에 짙은 매화 향을 담다."

멋스런 시구절 같은 제목과 함께 조선 시대 명화를 담은 붉은 책이 만화에 담겨서 왔다. 시와 같은 제목이 붉은 색 하드커버 표지와 함께 옛스럽고 멋지다. "정선"의 [인왕제색도]로 시작하는 만화는 어릴 적 학교 다닐 때 역사 교과서나 미술  교과서에서 보던 조선시대 그림을 보여주었다. 그때 그 시절에는 잘 몰랐던 그림을 만화와 함께 다시 만나니 새롭다. 

 정선의 [인왕제색도]가 뛰어난 그림이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그 그림 안의 작은 집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었다. 이 책을 통해서 보니 그림 속의 집은 "취헌록"이라 하는데 정선과 한동네에서 형제처럼 자란 이병연이 주인이라고 한다. 그저 아름다운 풍경만 담은 그림인 줄 알았는데 그린 이의 마음도 담겨있었고 그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

글쓴이의 말처럼 "검푸른 인왕산의 심장이라도 되는 듯, 산의 왼쪽 가슴께 그려진 이병연의 집은" 겸재 정선의 마음 속에 살아서 그림에 담겨 아마도 그때 겸재 정선의 그리움 그대로 그림을 보는 이에게 전해질 것이다. 

조선 시대 글과 그림에는 추사 김정희를 빼 놓을 수 없다. 김정희가 제주에서 유배 생활을 할 무렵 외로운 처지에 있던 김정희에게 언제나 한결 같은 사람이 있었으니 통역관으로 일하던 제자 이상적이다. 김정희는 이런 이상적의 의리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그림을 그려 선물했는데 이것이 [세한도]라고 한다. 

"추운 계절의 소나무"는 흔히 추위에 꺾이지 않는 절개를 나타낸다. 단순한 세모와 네모의 도형을 이루어진 집 옆에 있는 서너그루의 소나무. 단순하면서도 힘있고 여유있으면서도 소박한 모습을 보여준다. 제주에 있는 [추사관], 추사 김정희 기념관은 이런 세한도의 모습을 따와 외형이 독특한 모습을 보여준다.  

 

 

"구름이 무심히 골짜기에서 피어오르고

새도 날다 지치면 둥지로 돌아간다.

저녁 해 뉘엿뉘엿 넘어가려 하는데

외로운 소나무 어루만지며 자리 뜰 줄 모르네."

조선 후기 중인으로 어항-벼슬을 하지 않은 일반 백성- 문인이자 서화가였던 전기의 [귀거래도]와 그 옆에 글쓴이가 그린 그림이 위 시 문구처럼 잘 어울린다. 도연명의 [귀거래사]와 연결되는 그림인 [귀거래도] 중에서도 "전기"의 [귀거래도]는 고향으로 떠나는 장면을 담아내었다고 한다. [귀거래도]를 설명하는 글쓴이의 만화는 한편의 수묵화 같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옛 선비의 마음을 잘 담아내었다. 세상의 험난함을 피해 벼슬을 내어놓고 고향에 가는 선비일지, 아니면 이제 힘을 다했으니 쉼을 찾아 오는 선비일지는 알수 없으나 그림 속에 나오는 고향을 찾아가는 그 순간만은 평안함이 느껴진다. 

조선 시대 선비들은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을까. 서양화와 달리 수묵으로 그린 그림은 소박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 여백과 굵은 선 사이에 여린 선이 끼인 모습은 쉬이 그 모습을 단정짓기 어렵다.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를 보면 강과 물을 느긋하게 바라보는 인물의 모습이 여유롭다. 하지만 그 모습이 마냥 여유롭지만도 않은 것은 아마도 나라가 혼란하고 어지러울수록 예전 현자들의 고사를 생각하며 그린 그림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조선시대 명화에는 자신의 철학을 담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수묵의 담백함과 여백의 미를 담은 명화들. 단순하지만 굵은 선으로 이루어진 그림들. 그림 속 인물이나 집과 같은 사물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낸 명화들을 보면서 우리는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도 있다.  

이처럼 글쓴이의 책은 조선시대 명화를 만화를 통해서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그동안 그림하면 서양화에 익숙해진 우리 현실에서 수묵의 담백함은 우리 마음에 편안함을 준다. 무엇보다 그림에 다가가는 글쓴이의 만화도 수묵의 감정을 담아 그 만화 자체가 한편의 그림 같이 옛적의 그림과 잘 어울린다. 명화와 어울리는 만화! 그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다. 

그 중 이번 붉은 책 "붉은 치마폭에 짙은 매화 향을 담다"는

진경산수화로 꽃핀 겸재와 사천의 우정- 정선의 [인왕제색도]- 에서 시작해서 

천년의 달 만년의 강, 선비의 이상을 그리다 - 고사 인물화, 산수 인물화- 로 마무리 하며, 우리가 어디선가 한번은 들어봤음직한 그림들을 글쓴이의 만화로 소개한다. 화려한 서양화와 다른 느낌을 선사하는 조선시대 그림이 담긴, 붉은 색 양장의 이 책은 소장해서 두고보기에도 좋다. 

"변함없이 떠오른 달과 만년을 두고 흐르는 물소리만이 고요히 우리 곁을 지키고 있었다." 는 말로 끝맺음 하는 이 책은, 조선 시대 명화가 그려진 시대 상황과 그림을 그린 화가의 마음을 담아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묵의 미를 담아낸 그림을 보면서 조선 시대 그림 작가의 철학을 떠올려 보는 것도 좋겠다. 

 

이 글은 예스24 리뷰어 클럽 서평단으로 작성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북멘토]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4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17시26분

    우수 리뷰 선정 축하드립니다 가보고 싶습니다

    2023.07.12 17:4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인왕산 자락 산책 길은 언제 가도 좋은 길입니다^^

      2023.07.30 22:23
  • 파워블로그 waterelf

    캡님, 이번 주의 우수리뷰어로 선정된 것을 축하합니다.^^

    2023.07.12 20:50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3.07.30 22:23
  • 스타블로거 thkang1001

    캡님! 이주의 우수 리뷰에 선정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조선시대 화가와 조선시대 글과 그림 등에 관한 유용한 내용의 책을 소개해 주신 데 대해서 깊이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책을 많이 소개해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3.07.12 21:34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붉은 색 표지로 조선의 명화를 담은 책이 참 잘 어울렸습니다. 좋은 책을 만나서 선정된 듯 싶습니다.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3.07.30 22:24

PYBLOGWEB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