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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 서울대공원 곰사에서 일했던 일을 적어볼까 합니다. 석영이가 EBS에서 요즘 하는 만화들을 좋아하다 보니 EBS를 많이 보는데요, 가끔 곰사육장에서 보던 분들이 나오던데 반갑더군요. 전화해서 저 텔레비젼에서 봤어요 하고 말해주고 싶던데. 군 전역 후 직장 잡기도 힘들어서 이리저리 일거리를 구하다가 잠시 동물원에서 일했더랍니다. 서울시에서 하는 "서울시 행정서포터즈"라고 일종의 행정인턴 비슷한 거였는데 다른 자리는 다 차고 동물원이 비었다고 해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남자고 나이도 많아서 그런지 맹수사에서도 곰사로 배정해주더군요.

 첫 날 설명회 비슷한 걸 하고 각자의 자리로 갔는데 저는 곰사육장에 갔어요. 남자 두 명이 갔는데 그날 철장안에 있던 곰의 모습을 봐서 그랬는지 - 곰이 손을 철장으로 내미니까 손가락 길이만한 손톱이 머리위로 나오더라구요^^;;- 아님 다른 뜻이 있었는지 저랑 같이 갔던 남자분은 다음날부터 안나오더라구요^^;;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그뒤 석달동안 끝까지 일을 나갔답니다^^

 

[곰사 풍경입니다. 건너편에는 사람들이 관람하는 방사장이 있고 지금 보이는 곳은 뒤편에 다른 곰들이 있는 사육장입니다. 나무 아래 사육사 님꺼랑 제 자전거가 보이네요. 바로 보이는 우리에는 커다란 불곰 두 마리가 있답니다.]


 곰사육장의 일과는 단순합니다. 아침에 8시 30분 좀 못되게 자전거 타고 대공원 지하철역에서 곰 사육장까지 힘들게 올라가면 거기 사육사 님이 - 보통 주임님 이라고 불렀습니다- 나와계시지요. 그럼 우선 그 전날 받아두었던 사료 - 커다란 씨리얼 비슷하게 생겼어요 - 를 방사장과 안에 우리에 있는 곰들에게 나누어줍니다. 세 발 수레에 가득 씨리얼을 부어넣고 잡수통하고 빨간 바가지를 들고 다니면서 적당히 나누어 줍니다. 그리고 사료 다 먹었겠다 싶을 때쯤 청소를 시작하지요.

 

곰이란 놈들은...참... 지저분해요^^;;

 

그냥 우리안에서 돌아다니면서 똥오줌을 갈겨대지요. 그래서인지 바닥이 시멘트로 되어 있고 기다란 호스를 끌어내어서 물청소를 해요. 이와 달리 옆에 호랑이과 동물들 - 호랑이, 표범 등- 은 바닥이 모래로 되어 있지요. 고양이과 동물들이 확실히 곰에 비해서는 깔끔한 편입니다. 소방호스 같은 호스를 죽 끌어당겨서 우리 사이로 물을 죽 뿌려댑니다. 그럼 곰들은 슬슬 피해서 다니고 가끔 곰이 호스 근처로 오면 사육사가 피해서 물을 뿌리고 암튼 시원스럽게 바닥에 쌓인  똥오줌을 쓸어낸답니다. 한참을 청소하고 나면 저 같은 초보들은 옷이 다 젖어있지요. 아마도 똥물이겠지요^^;; 물을 뿌릴 때 조심해야 할 것이 검정곰이나 반달곰은 비교적 얌전한데 불곰은 호스를 잡으려고 그래요. 접근해서 가만히 있다가 휙하고 낚아채려고 한답니다. 그런때 얼결에 잡아당기면 사람이 곰 힘을 당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끌려갈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호스가 짧아서 우리 안 구석구석을 쓸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철장에 최대한 접근해서 물을 뿌릴 때가 있는데 조심해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보통은 주임님이 물청소를 하셨지요. 저는 주로 옆에서 보조였구요^^ 물에 젖은 옷을 말릴까 할 때쯤이면 "밥차"가 옵니다.

 

 곰에게 줄 바나나-요건 레서 팬더라고 작은 놈한테 주지요-고구마 사과 닭이 오는데 처음에 사육사 분이 닭을 쪼개라고 하시더라구요. 정말 생전 처음 껍질이 홀라당 벗겨져 내장을 드러낸 속을 보이고 있는 나체의 닭을 쪼개는 건, 좀 거시기 하더군요. 암튼 이것도 조금 하다보니 결따라 익숙하게 쪼개개 되었답니다. 고구마도 대충 쪼개고 사과도 쪼개서 적당히 곰들한테 나누어 줍니다.

 

 요녀석들은 먹이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는 지라 먹이 들고가는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서성대다가 먹이를 갖고가는 저를 뚫어지게 쳐다봅니다. 가끔 그렇게 먹이 움직이는 모습을 쳐다보면서 고개를 돌리다가 자기들낄 부딪쳐서 싸우기도 합니다. 철장안에서 보면 우습기도 한데 커다란 불곰 둘이서 으르렁 대면 무섭지요. 먹이 줄때도 둘이 대략 비슷하게 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금새 싸움이 나지요.

 

 


요놈은 유럽 불곰입니다. 마치 고독한 철학자처럼 사람 서 있듯이 서 있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먹이 생각만 가득할 겁니다. 저 시선의 끝에는 아마 제가 플라스틱 통에 닭이랑 사과등의 먹이를 들고 오고 있겠지요^^

 

다음에 다시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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