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곰 사육장에서 잠깐 일하던 기억을 되살려 적어봅니다. 다음카페에 올렸었는데 여기에 다시 조금 편집해서 올립니다^^
이런저런 시간이 없다보니 새벽에 글을 올리게 되네요.
여름 되니까 사동 순찰다닐때 마다 사람 냄새가 아주 진하게 납니다^^
그래도 마스크쓰고 다닐 수는 없고 이제는 적응할 만도 한데 아직도 좀 어렵긴 하네요.
예전 곰 사육장에서도 곰이 내려놓은 분비물들로 냄새가 지독했었는데요.
전 청소할 때 마스크 쓰고 했었는데 거기 사육사 분 중 한 분은 그냥 하시더라구요. 첨에는 괜히 한 소리 들을까봐 마스크 안 쓰고 했었는데
물에 튀기는 분비물 냄새가 도저히 못버티게 만들더군요.
암튼 사동 돌다보니 그때 냄새 생각이 나네요^^
그래도 오늘은 좀 선선한 편이어서 좋습니다.
곰 하면 반달가슴곰을 빼 놓을 수 없는데요.
서울대공원가면 오후 2시 좀 넘어서 먹이주기 행사가 있습니다.
곰한테 사육사가 먹이를 던져주면
앞발과 머리를 "고맙습니다"하고 인사하듯이 꾸벅이지요.
"아리"하고"쓰리"라고 부르던데요.
제 휴대폰으로 동영상 찍은 거 미니홈피에 올려놓았는데
여기는 어떻게 옮기는 지 모르겠습니다.
반달가슴곰을 보면 참 재미있게 생겼습니다.
좀 노골적으로 말하면 웃기게 생겼지요.
가만 보면 머리에 털이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뾰족한 코와 눈 주위를 비롯한 얼굴 부분에 털이 없습니다.
귀는 동그랗게 생겼지요.
음... 마치 조그맣고 머리 큰 아기가 미키마우스 머리띠를 두르고 코에 루돌프 코를 검정색으로 칠해서 붙인 듯한 모양이랄까요^^
방사장에 있는 아리와 쓰리는 어떻게 인사를 배우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암튼 2시 넘어서 하는 먹이주기 행사는 동물원에서 중요한 이벤트 중에 하나가 되었지요. 근데... 요녀석들이 꼭 사육사가 주는 먹이에만 반응하는 건 아니어서
일반 관람객들이 먹이를 주려고 폼만 잡아도 꾸벅꾸벅 합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먹이를 던져주는 분들이 많지요.
제 일 중 하나가 오전 일과 끝나고 아래 내려가서 먹이주지 말라고 말하고 다니는 것이었는데요 저 자신은 나름 열심히 말하고 다녔지만 별로 효과는 없었던 것 같네요. 사육사님 말 들어보니 일반 관람객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먹다보면 정해진 먹이를 잘 먹지 않고 탈이 나기 쉽다는 군요. 음... 굳이 비유하자면 어린 아이가 과자만 먹다보면 밥을 잘 먹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아래는 사육장에 있던 반달가슴곰입니다.
지금 요녀석이 뭐하고 있는가 하면 아래에서는 제가 물호스로 물을 뿌리면서 청소하고 있습니다. 청소하라고 자리를 피해주고 있는 셈이지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사진이 휴대폰으로 찍은 몇 장밖에 없어서 정말 아쉽네요.
작은 디카로만 찍었어도 좋은 사진이 많이 나왔을텐데요. 암튼 뭐...
제가 봤을때 반달가슴곰은 상당히 영리한 편입니다. 하긴 다른 곰들도 미련곰퉁이란 말과는 달리 영리한 편이지요.
철장도 상당히 잘 타는 편입니다. 다른 불곰에 비해서 덩치가 작아서 그런지 빠르게 잘 올라가더군요.
방사장에 있던 반달곰은 상당히 조심성이 많아서
방사장 청소하려고 사육장에 넣을때는 가장 애를 먹습니다.
방사장에 곰이 있는 채로 들어갈 수는 없으니까 먹이를 주면서 유인해서 안에 우리로 옮기는데요
요놈이 먹이만 쏙 빼먹고 인기척이 나면 도로 방사장으로 휙 뛰어가 버립니다.
요놈 땜에 사육장 구석에서 한참동안 매복해 있던 기억도 나네요.
결국 사육장으로 옮기는 데 성공했지요.
가만 숨어있다가 쑥 나타나니까 요녀석이 놀랐는지 급했는지 제가 서 있던 반대편 철장을 타고 올라가더니- 위 사진처럼-
저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더군요.
귀엽기도 하고... 좀 어처구니 없기도 하고...
이번에도 하나 더 말씀드릴까요?^^
어릴 때 곰인형을 많이 갖고 놉니다. 만화에서 보면 곰돌이 푸 처럼 귀여운 캐릭터로 많이 나오지요.
가까이서 가만 보면 곰이 덩치가 커도 참 귀엽게 보일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곰은 안면 근육이 발달해 있지 않다는 군요. 그래서 그런 귀여운 - 약간 얼빵한?^^;;- 표정이 나온답니다.
가령 호랑이나 다른 맹수들은 딱 쳐다보기만 해도 얼어버리지요. 이건 고 녀석들이 표정 관리를 잘하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근데 곰은 안면근육이 잘 발달되어 있지 않아서 가만 있으면 요녀석이 날 잡아먹을려는 건지 아님
한 대 때리려는 건지 애교부리는 건지 도통 알 수 가 없지요.
그러다 한번 당하면 "이런 미련곰퉁이 같은"이란 말이 나오지요.
미련하다는 말도 어쩌면 이런 이유에서 나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점이 무서운 게 표정을 알 수 없어서 순간 방심하기 쉽지요.
철장을 사이에 두고 가만 쳐다보고 있으면 귀엽게 보이기도 해서 손이라도 내밀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던데 이런 때가 위험한 순간입니다. 곰한테 닭을 주면 뼈도 똥으로 잘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 곰한테 손 내밀었다가 손가락 길이만한 손톱이 달린 앞발로 한 대 맞으면 정말 "뼈도 못추리"겠지요. 그 표정을 보다보면 그렇게 위험하다는 생각은 안들던데 말이죠.
옆에 맹수사에 호랑이가 있는데 호랑이를 볼 때면 이런 생각은 절대 들지 않더군요. 고놈들은 얼굴에 "너 잡아먹겠다"고
써 있거든요^^
제 생각을 섞어서 좀 적어보았는데요. 암튼 곰의 안면근육이 잘 발달하지 못해 표정이 나오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이랍니다.
처음 쓸 적에는 별로 적을 게 없었는데 하다보니 말이 길어졌네요. 다음 번에도 계속 적어보겠습니다.
좋은 사진이 없는 게 정말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