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적은 곰사육장 이야기는 새벽근무때 사동 순찰돌고 쉬는 시간에 적은 글입니다. 아래에 적은 걸 보면 대충 아 그렇겠구나 하는 생각이 나실 겁니다. 그냥 그렇다구요^^;;]
생각해 보니 이번엔 올릴 만한 사진이 없네요.
항상 아쉽네.
언제 한번 가서 그때 일했던 분들한테 인사도 하고 다시 사진도 찍어오고 싶은데
벌써 2년전 일이라 기억못하시겠죠?^^;;
대공원 역에 내려서 맹수사의 곰사육장까지 가는 길이란...
걸어서 꼬박 40분이 걸렸답니다.
대공원 정문이 딱 절반 정도 되지요.
지하철 역에서 내려 미리 역에 갖다놓은 자전거를 탑니다. 혹 비라도 내려서 자전거를 못 타게 되면 꼬박 40분 가까운 시간을 걸어가야 하지요. 코끼리 열차도 이른 아침에는 안다니고...
자전거 타도 오르막길이라 힘이 들어요. 그래도 죽 뻗은 길을 지나다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제가 일하던 때는 가을이라 단풍잎이랑 은행나무 잎이 마구마구 휘날렸는데
그 길을 자전거 타고 지나갈때면 가을바람이 든달까 그런 기분이었지요.
케이블카 타는 곳을 지나면 호수가 나타나지요.
가끔 안개가 끼는 때도 있어요.
그렇게 페달을 밟고서 정문에 들어서면 아직 맹수사는 멀고 홍학 사육장에서는 벌써 직원분들이 나와서
물도 뿌리면서 청소하고 있지요.
기린도 보이고 코끼리도 보이고 거기서도 외발 수레를 몰면서 다들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네요.
산양이 보이는 곳을 꺽어서 다시 오르막길...
드디어 맹수사가 나오는 군요.
그렇게 두달반을 왔다갔다 했었답니다.
퇴근할 때는 내리막길이라
샤워하고 머리 안말리고 내려가면 정문쯤 가면 머리가 붕 떠 있지요. 잘 말린 채로...^^;;
가끔 관람객들이 자전거 갖고오면 안되냐고 물어보기도 했답니다.
공원이 크긴 커요. 걷다보면 지치니까...
이런 길을 처음 지날 때는 반팔을 입었다가
마지막 출근때는 쌀쌀한 기운에 긴팔 위에 잠바를 하나 더 입었었지요.
계절이 참 빨리 지나가요.
마지막 날 출근하니
천천히 둘러보고 내려가라고 하시더군요.
주머니에 식권 한 장이 있었습니다 동물원 식당에서 먹던 식권...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보니 정문까지 내려왔네요.
입구에 예쁜 아가씨가 안내하고 있길래 식권 한 장 드리고 나왔습니다.
식권하니 생각나는게
다른 관청 식당도 마찬가지겠지만
동물원 식당에 12시 30분 되면 할머니 할아버지 들이 줄을 길게 섭니다. 그전부터 서는 것이 맞겠지요.
직원들이 그때까지 식사하고 일반인들이 그때부터 식사가 가능합니다.
저 갔을때 2000원이었는데 2500원으로 올랐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하니 생각나는 게
오전에 출근해서 열심히 먹이주고 청소하고 있을때면
아래서부터 등산복으로 차려입고 나이드신 분들이 천천히 올라옵니다.
혼자서도 오고 몇 명 같이 오기도 하고
동물원 뒤 편에 청계산이 있는데 거기까지 등산하시는 분들도 있고
- 여담인데 지금 제가 일하는 곳이 청계산 뒤편이랍니다. 산하나 넘어서 일자리를 바꾼 셈이네요^^-
동물원 자체도 넓기 때문에 굳이 청계산까지 갈 필요도 없지요.
동물원은 나이드신 분들은 입장료를 받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천천히 와서 산책하고 식당에서 밥 먹고
그렇게 시간 보내기 좋았겠지요.
어찌보면 좋기도 하고 어찌보면 좀 서글프기도 하고 그랬더랍니다.
식권 하다보니 여기까지 이야기 했네요.
사육장에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 방사장 청소를 합니다.
우리는 말그대로 철장만 있어서 작은 공간이지만
방사장은 여러분들 어렸을때 혹은 뉴스에서 봤겠지만 상당히 큰 편입니다.
이거 한번 청소하려면 정말 허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불곰이 두 마리가 아니고 세마리네요. 세 마리인 경우는 어미 하나에 애들 둘인 경우이겠네요. 수컷은 보통 어른이 되면 혼자 논답니다. 저길 두 명이서 다 청소했답니다^^;;]
불곰 한 쌍, 반달곰 한 쌍, 생각해보니 총 몇 군데인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오래되긴 했네요^^;;
아리랑 쓰리랑 재롱 피우는 데 말고도 반달곰 한 쌍이 더 있었는데...
담에 방사장 청소 한번 하자 고 사육사 분이 말씀하시면
"아 예"하면서 왠지 피곤해집니다.
고놈들 저번에도 말했지만 먹고 싸는게 엄청나서
일주일에 한 번이라고 한다면 엄청 쌓여있습니다.
우선 저번에 살짝 이야기 한 것 처럼 방사장에 있는 놈들을 안에 우리로 옮겨야 합니다.
그럼 요놈들도 넓은 데에서 좁은 데로 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 과정이 또 약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쉽지 않지요.
닭은 보통 조금만 있기 때문에 사과를 많이 써서 유인하는데
전에 말한 것처럼 아리랑 쓰리가 있던 반달곰들은 조심성이 많아서
한참 숨어있던 적도 있었습니다.
어슬렁어슬렁 먹이를 찾아 우리 안에 들어오면 얼릉 문을 닫고 자물쇠를 확인한다음
긴 호스를 연결해서 방사장 안으로 빗자루랑 삽이랑 잡수통이랑 챙겨서 들어갑니다.
고무장갑과 장화는 필수지요.
주로 사육사 분이 물을 뿌리고 저는 잔 쓰레기-주로 똥이지요- 를 치우거나 나르거나 했더랍니다.
오후에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오전 내에 끝내야 하는데
가끔 할아버지들이 뭐하는 거냐고 물어보기도 하지요.
"곰 어디갔어요?"
뭐 청소하니까 안에 들어가 있겠지요^^
똥 냄새도 독하고
푸직!! 하고 싸는 편이라 바닥에 달라붙어 있어서 치우기도 참 거시기 하지요^^;;
암튼 방사장 청소 한 번 하고 나면
진이 다 빠진다 라고 해야할까요?
뭐 저야 어차피 단기로 일했지만 계속 일하는 분은 힘드셨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동물이랑 관람객들 사이에 깊은호가 파여있지요?
원래 그전 경계도 넘어서면 안돼지만
행여나 거기 들어갈 생각하지마세요. 똥물이 많이 흘러내렸거든요^^
그렇게 오전 청소가 끝나면 아래 내려가 자판기 커피를 뽑아먹거나
아래 곰나루 기념 정자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거나 했답니다^^
그 서울대공원 곰사 아래 있는 정자를 저 처음 간 날 완공식인가 그런 걸 했는데요. 곰나루가 있는 도시가 어딘지 아시나요? 생각해보니 공주시인가보네요.
암튼 그 도시랑 결연인가 해서 그 정자를 만들었답니다.
그 정자 지붕아래 보면 무슨 이야기 하나가 적혀있을겁니다.
이제 마지막 순찰을 돌을 시간이 가까워지네요. 비가 많이 내려서 건물도 눅눅해지고 냄새도 심해져요.
여름을 잘 넘겨야 겠지요.
ps. 글쓰기 전에 이것저것 많이 생각하는데 막상 옮기고 나면 별 게 없네요. 아쉽네... 아직 많이 가다듬지 않아서 그러니 이해바랍니다. 새벽에 한정된 시간에 쓰다보니 수정은 계속 하는데 뭔가 좀 어색한 부분도 많이 보이구요. 근데 또 다른 때는 글 쓰는 흥이 안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