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무살이었을 때,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이 나와 꽤 히트를 쳤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철 모르는, 결혼은 먼 미래 이야기라고 생각해 눈여겨 보지 않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되자 그제야 그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나중에 우리 아이는 나를 부자 아빠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가난한 아빠라고 생각할까..?'
우리 어머니는 농 반 진 반으로 "너 닮은 애 낳아야 정신을 차릴 거야"라고 말씀하시면서 다 때가 있다고, 그때가 되면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게 될 거라고 하셨었다. 그렇게 난 '부자 아빠'로 불리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얼마 전 보게 된 이 책은 예전 어머니의 말씀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사실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자신감에 차 있는 사람이었다. 주변 사람들과 특별한 트러블도 없었고, 두루두루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름 주변의 평가도 나쁘지 않았었고.
이 책의 제목에는 '부자'라는 단어와 '관계'라는 단어가 들어 있는데 이 두 단어가 내 지갑을 열게 했다. 뭐랄까.. 아마도 거의 모든 사람이 죽을 때까지 정답을 찾을 주제이지 않을까 싶다. 관계에서 특별한 문제를 느끼지 못했던 나로서는 관계를 주제로 한 책을 그다지 찾아 보지는 않았었다. 그러던 중 미묘하게, 어쩌면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 있게 어긋나고 있는 관계를 경험하면서 내가 믿고 있던 나의 관계법에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하던 차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제법 많은 부분에서 실수를 하고 있었다.
저자는 책에서 몇 가지 큰 주제 아래 부자들이 사람을 평가하는 나름의 기준을 알려주고 구체적인 사례를 옳은 것을 O로, 잘못된 것을 X로 말하고 있다. 나를 돌아보게 되었던 몇 가지를 언급하자면 이런 것들이었다.
이메일에 온 정성올 쏟는다, 모든 것을 책임진다, 언제 어디서나 긍정적이다, 경쟁에서 승리하려 애쓴다, 꼼꼼하고 철저하게 따진다 등등.
얼핏 보면 다 좋은 내용들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이 모든 것들이 잘못된 행동이라며 "X"표시를 달아둔 게 아닌가! 다 내가 하던 행동들인데..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아 잠시 짜증이 났다. 하지만 이유를 들어보니 반박할 수 없는 말들이었다. (자세히 말하고 싶지만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참는다. 그리고 솔직하게는 자세히 말하자니 내가 너무 부끄러워진다;;)
일본 저자의 책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일본 책 특유의 그 뭐랄까.. 가벼움이랄까? 그런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몇 번을 읽게 되었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중학생 정도만 되면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려고 한다. 초등학생 때야 인간관계가 그렇게까지 복잡하진 않지만 본격적으로 사춘기를 겪는 중학생이 되면 관계의 문제가 복잡해지기 마련이니 도움이 될 것 같다.
결정적으로는.. 이 아빠가 해온 실수를 우리 아이들은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부자 아빠가 되겠다고 나름 치열하게 살면서 애썼지만,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구멍이 뚫려 있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하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만, 이왕이면 우리 아이들은 이 사실을 좀 더 빨리 알고 더 나은 관계를 맺었으면 좋겠다. 예전부터 어른들 말씀이 사람이 전부라고 하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