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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나라, 가난한 세계

[도서] 부자 나라, 가난한 세계

구정은,이지선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21세기가 시작된 지 20여 년이 지났는데도 우리의 삶은 풍요롭게 개선된 듯하지만 겉만 화려한 '속빈 강정'이라는 것을 다 안다. 지난 세기 양차 세계대전이 끝나며 이제 인간이 사는 지구는 아름다운 삶의 터전으로 바뀔 것으로 희망하고 있었다. 양차 대전은 전쟁 도발국들의 패배로 끝나면서 '악(惡)의 패배', '사필귀정'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보였다. 전쟁을 일으킨 나라는 지구상에서 퇴출시킬 기세였다. 그러나 곧바로 '냉전'이라 부르는 이념 갈등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유럽의 나라들이 농노제를 폐지하며 근대화의 길로 돌아섰지만 러시아만 유독 농노제가 강화되었다. 러시아 제정 말기 농노의 삶은 지금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처참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칼 마르크스의 '공산주의'가 받아들여지기 좋은 토양으로 변한 것이다. 러시아에서 첫 노동자·농민의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일어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레닌의 볼셰비키파가 혁명에 성공, 제정을 끝내고 입헌군주제의 소비에트연방(소련)이 탄생했다. 레닌의 주도로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는 중국으로 뻗쳐 나갔다. 레닌의 사후 2차 세계대전에 나치 독일에 의해 거의 나라를 잃을 뻔한 위기에서 가까스로 되살아난 러시아는 공산주의 종주국의 위치를 굳히며 러시아에 인접한, 유럽에서 아시아에 걸친 수많은 나라들을 자신들의 영향 하에 두고 공산주의 체제를 강요했다. 강력한 소련의 지도자 스탈린이 2차 세계대전 승전국으로서의 지분(?)을 차지한 것이다.

20세기 말 구 소련은 미국과의 군비 경쟁에서 뒤지며 경제가 무너져 내렸다. 20세기 한 세기 동안 공산주의는 실패한 것으로 막을 내렸다. 이젠 정말 새 밀레니엄에는 지구의 유토피아가 실현되리라 믿었던 인류는 다시금 절망한다. 많은 수의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로 변화했지만 아직 공산주의 체제가 끝장난 것은 아니다. 여기에 오랫동안 종교 분쟁이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충돌이다. 이 종교 분쟁은 이슬람 종교가 새로 생겨난 7세기 중반부터 충돌해 왔다. 이 종교 전쟁은 거의 1,500년 간 지속돼 왔기에 2차 세계대전처럼 진영이 나뉘어 전면전으로 확대되지만 않았을 뿐 끊임없이 크고 작은 지구상 전쟁의 진앙지였다.

 


 

인종 차별, 남녀 성차별은 예전에 비해 다소 완화되어 왔지만 종교적 대립은 물밑에서 이어져 언제든 전쟁 대비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오히려 21세기 들어서다. 가장 강력한 이슬람 세력인 이라크가 무너졌지만 잔여 세력의 무장화로 또 다른 대립과 갈등이 이어졌다. 다만 우리는 지난 세기 일제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나 전쟁을 치르고 다시 복구하는 입장에다 국교를 정하지 않고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나라로서 분쟁에 참여할 일도, 참여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사실 종교 전쟁에서 자유로웠기에 전쟁 복구와 경제 발전에 매진할 기회를 부여받은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더욱이 남북으로 분단된 나라이기에 종교 전쟁과는 다른 이념 전쟁의 여진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50년도 안 된 시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하고 세계 경제대국 반열에 이르렀다.

이 책 『부자 나라, 가난한 세계』는 ‘평등하지 않은 세계’를 들여다 보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국제사회가 만들어온 시스템을 알아보기 위해 쓰였다. 인류는 살아오면서 치열한 노력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해 온 덕에 전체적인 부는 믿기 힘들 정도로 쌓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계는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의 모습이다. 1장에서는 세계의 불평등한 현실과 함께,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이유’를 분석한다. 역사는 늘 현재에 영향을 미치지만, 오래전의 역사에서만 원인을 찾다 보면 과거에만 치중하게 되고 지금 그들이 국가를 나은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오히려 놓치게 될 때가 있다. 그래서 빈곤과 세계적인 불평등의 원인을 좀 더 다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 특히 앞으로 더욱 심해질 기후 재난과 이를 막기 위한 노력도 강조했다.

 


 

2장에서는 세계가 서로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어떻게 국제사회의 규칙으로 확립됐는지를 살펴본다. 모든 사람에게 ‘기본권’이 있다는 개념, 전쟁에서도 마구잡이로 사람을 죽이거나 다친 사람을 버려두면 안 된다는 생각이 구호의 출발점이 됐다. 하지만 실제로 구호가 이뤄지는 ‘현장’에서는 저마다 다른 생각들이 부딪친다. 구호의 역사와 함께, 구호의 ‘원칙’을 둘러싼 논란들을 소개하면서 특히 분쟁 상황에서의 ‘중립’이라는 어려운 문제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3장에서는 장기적으로 한 국가나 지역의 발전을 도와주는 개발원조에 대해 알아본다. 개발 원조의 여러 형태, 원조를 많이 하는 나라와 많이 받는 나라 같은 기본적인 상황들을 짚었다. ‘수십 년 동안 아프리카에 어마어마한 원조가 흘러갔다는데 왜 빈곤은 없어지지 않는 거야?’, ‘원조는 결국 효과가 없어.’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어떤 면에서는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의도는 좋았는데 결과가 기대만큼 신통치 않았다면 분명 어디에선가 문제가 생긴 것이다. 개발원조의 한계와 문제점, 경제 규모가 커진 중국이 최근 원조에서도 ‘큰손’으로 등장하면서 세계에 던져 주고 있는 고민거리 등을 살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제국주의와 식민지 지배는 윤리적으로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었습니다. 1940~1960년대에는 세계 대부분의 식민지가 독립을 했지요.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첨예했던 시기였고, 저개발국들이 소련의 영향력 아래로 들어가는 걸 막으려고 미국이 대대적인 원조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맨 먼저 원조 예산을 퍼부은 대상은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빈국들이 아닌 유럽이었습니다. 미국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유럽을 살려 소련에 대항하게 만들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p.105~106)

 

 

미디어에서는 빈곤과 전쟁과 전염병과 재난 같은 ‘나쁜 뉴스’들을 주로 전하지만 현실의 세계는 그동안 서로 돕고 밀어주고 끌어주며 더 나은 방향으로 정말 많이 발전해 왔다. 오래전의 한국, 그 뒤를 이은 아프리카의 보츠와나처럼 가난한 나라에서 개발된 나라로 변신한 나라들도 있다. 한 지역이나 나라의 발전이 더디다면 거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아무리 애써도 그 격차를 극복할 수 없다면, 거기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 여러 나라들의 가난은 과거의 역사에서 비롯된 것인 동시에, ‘지금’ 불평등을 키우는 금융 시스템이나 교역 제도 때문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 나라나 우리 기업이 혹시 다른 나라의 가난한 주민들에게 해를 입히거나 착취하고 있지는 않은가 늘 생각해봐야 할 위치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책이 모두에게 그런 생각거리들을 던져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저자 구정은과 이지선은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두고 이미 빈국의 부채를 없애주자는 '주빌리2000'이라는 글로벌 캠페인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1996년 영국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개발도상국들이 IMF나 세계은행 등에 지고 있는 부채를 없애주자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기독교 성경에 50년마다 한 번씩 빚을 탕감해주는 '희년(Jubille)'이라는 것이 나오는데,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운동이었습니다. 여기에 호응해 1999년 독일에 모인 주요 8개국(G8) 정상들이 개도국들의 빚을 일부 없애줬습니다. 20여 년이 흐른 뒤에도 '부채 탕감'이라는 똑같은 주장이 되풀이되는 것은, 발전의 운동장이 여전히 기울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겠지요.(p.173)

 


 

'디지털 세상'이라는 세계가 공동 번영을 누리고 있는 세상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예측을 선진국 등 많은 나라들이 희망적인 기대감을 보였지만 지구상 인류는 혜택받고 다같이 누리는 세상이 아닌 오히려 더욱 더 불평등과 빈부의 차, 그리고 차별이 극심해진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기울어진 세상에서 균형 잡힌 세상이 되기 전에는 어떤 문명의 혜택도 함께 누리는 '공동 번영의 길'은 헛된 구호에 그친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었을 뿐이다. 이 책은 세계적인 구호활동과 원조를 하는 나라들의 취지가 일치해야 하는데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고 원조나 헤택의 취지와 목적이 앙리 뒤낭이 확립하고 발전시킨 〈적십자사〉처럼 원조나 구호의 본뜻에 충실한 일들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특별한 목적을 갖고 실시하는 원조와 구호는 또다른 분쟁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냉전시대에는 미·소의 갈등으로 자국의 이념에 함께하려는 자들에게 경제 원조뿐만 아니라 무기 원조도 해주는 바람에 지구상에는 끊임없이 지역별 분쟁이 잇따랐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다.

냉전은 끝남으로써 미국의 패권을 쥐고 지구상의 모든 나라의 경찰을 자처하며 그들만의 문제에 자국의 이익에 맞는 곳에 원조를 해줌으로써 갈등과 전쟁을 부채질한다는 의심도 받았다. 지금은 경제적 부흥을 이룬 중국이 G2로 떠오르자 미중간 '무역 전쟁'의 양상 속에서 다시 극명한 대립구조로 갈라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은 세계 패권국인 미국에 큰 압력으로 작용함으로써 중소 국가들은 양쪽의 눈치를 보는 '양다리 외교 정책'마저 나타나는 실정이다. 특히 2019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코로나 백신'의 불균형 공급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빈부와 지역 갈등, 종교 갈등, 미중 무역전쟁 등이 한꺼번에 폭발함으로써 2023년 전 세계는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역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갈등과 분쟁은 또 한 번 '부자 나라, 가난한 세계'임을 또 한 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 책의 공동저자 구정은과 이지선은 신문사 기자로서 활동하며, 경험하고 확립한, 국제 원조·구호 활동의 허점을 명확히 짚어내 이 책에 기술하고 있다. 청소년들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간결한 문체와 줄거리를 세워 차근차근 설명하는 데 설득력이 크다. 도 저자는 근 미래 세계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이 세상의 흐름과,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국가 원조·구호 활동의 실체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이 책을 썼다.

 

저자 : 구정은

신문기자로 오래 일했고, 지금은 국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 강한 것보다는 힘없고 작은 것, 눈에 띄는 것보다는 가려지고 숨겨진 것에 관심이 많다. 번역을 하면서 나라 밖 소식을 전하는 일도 하고 있다.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 『여기, 사람의 말이 있다』 『사라진, 버려진, 남겨진』 등의 책을 썼고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 『나는 라말라를 보았다』 등을 번역했다.

 

저자 : 이지선

18년간 신문사에서 일하며 독자와 함께하는 콘텐츠를 고민해 왔고, 2021년부터는 스타트업 트레바리에서 일하고 있. 유학 등을 통해 ‘이방인’이 되는 경험을 하고부터, 배제된 ‘소수의 목소리’를 전하는 방법을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말할 통로가 있는 이들보다 그렇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찾고, 듣고, 쓰고 싶다. 함께 지은 책으로 『디지털 네이티브 스토리』,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 『여기, 사람의 말이 있다』가 있고, 『혁명을 리트윗하라』(공역),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공역)을 옮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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