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는 자신의 저서 ‘읽다’에서 소설을 읽는 한 가지 이유를 ‘헤매기 위해서’라 이야기했다. 분명한 목표라는 게 실은 아무 의미도 없는 이상한 세계에서 어슬렁거리기 위해 소설을 읽는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태엽감는 새 연대기’는 그 목적을 가장 이상적으로 수행한 한 편의 이야기로 비친다.
이야기 속 미스터리를 쫓아 사건을 짚어나가는 동시에, 특별한 감정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고, 주인공이 처한 고난과 방황에 공감하고, 작가의 간결한 문체에 경탄하고, 극중 배경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논지를 훑어보고, 저자의 의도를 예측해본다. 즉 이성과 감성을 다해 소설 속 세계를 마음껏 헤매본다.
결과적으로 한 조각의 여행 경험이 내게 쌓인 인상이다. 여행지에서 마주한 사건들, 여행지에서 마주한 인물들, 그들과의 대화, 여행지의 풍경, 건물, 음식, 그리고 여행이 남기는 교훈 등이 한 편의 즐거운 여행 경험을 완성하듯, ‘태엽감는 새 연대기’ 속 헤맴이 그 자체로 즐거운(유쾌함과 불쾌함 둘 모두를 아우르는 즐거움) 경험으로 다가오는 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