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후 널브러진 쾌락의 흔적(옷가지들과 속옷, 신발 등)을 ‘사진’의 형태로 기록한다. 그리고 사진에 대해, 사진에서 파생된 상념들에 대해 ‘글’의 형태로 다시 기록한다. 이 책 ‘사진의 용도’는 사진과 글, 두 가지 형태의 기록으로 이루어진 연인(아니 에르노와 마크 마리)의 시간이자 일기다.
책의 저자 아니 에르노와 마크 마리는 저마다의 상념들을 거짓 없이 솔직하게 읊조린다. 자신의 추억, 고통, 질병, 욕망, 사랑에 대해 가감 없이 털어놓는다. 독백이자 고백에 가까운 이 솔직한 기록들은 곧 매력으로 다가온다. 솔직하기에 아름답고, 아름답기에 감동적인 매력으로.
다만 매끄럽지 못한 문장들과 부정확한 표현들이 감동의 흐름을 방해한다(대상이 불분명한 지시대명사나 문맥에 맞지 않는 형용사 등의 사용이 감동의 흐름을 방해한다). 질긴 음식을 힘겹게 씹어 삼켜야 하듯, 부정확한 문장들을 힘겹게 곱씹어야 하는 순간이 적지 않다. 한껏 아름다움과 감동에 도취되려는 찰나 마주하는 부정확한 문장들은 이 책이 선사하는 매력만큼이나 큰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