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으로 시작해 상상력으로 막을 내리는 책이다. 저자 이언 매큐언 본인이 밝혔듯 이 책 ‘속죄’는 상상력에 관한, 정확히는 상상력의 위력에 관한 책이다. “상상력, 나아가 상상력의 위력.” 책을 관통하는 정확한 표현이다. 하지만 상상력만으로 이 책을 소개하기엔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다. 상상력만으로 이 책을 소개하기엔 이 책이 가진 매력이 너무도 방대하고 비범하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 책의 매력을 두서없이 나열해보자. 사랑, 오해, 자만, 분노, 질투, 죄책감 등 소설 속 등장인물 저마다의 감정은 풍성하다 못해 책장 밖으로 흘러넘친다. 섬세한 동시에 탁월하여 거침없이 읽히는 배경 묘사는 독자를 순식간에 도심 외곽의 저택과 프랑스 북부의 전쟁터, 런던 도심 속 주택과 병원으로 옮겨놓는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개개의 사건들은 긴장감을 증폭시키며 시종일관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반전을 품은 결말(에필로그)은 이야기의 발단과 절묘하게 대칭을 이루며 깊고 짙은 여운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유머러스한 묘사, 톡톡 튀어 오르는 대사, 눈앞에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 상상력에 관해 이 책이 던지는 묵직한 주제의식 등 다채로운 매력이 지면 곳곳에 가득하다.
선물상자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상상력이란 포장지에 정성껏 포장된 선물상자의 이미지가, 다채로운 매력들을 풍성하게 담아낸 선물상자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리뷰 작성 기회를 통해 선물상자와도 같은 책, ‘속죄’를 소개드려본다. 보다 많은 분들이 포장지를 들추어보기를, 선물상자 속에서 저마다의 매력을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언 매큐언의 책 ‘속죄’를 소개드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