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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기쁨

[도서] 취향의 기쁨

권예슬 글그림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너, 참 취향 독특하다!"처럼 쓰임새가 그다지 긍정의 어감이 아닌 건 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보편적인 것과는 다른 독특이나 특이하다는 '이해 불가' 정도의 방향이니 단어의 뜻과는 다른 건 분명하다.


취향[취ː향],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표준국어대사전)


뭐랄까 표지 그림을 보면서 <마루코는 아홉살(치비 마루코 짱, 후지TV)>이란 만화가 생각났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생김새가 비슷해서 일 수도 있겠고 자신만의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이야기가 닮아서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내 느낌이고 내 취향이랄까.


시작에 윤종신의 노래 '느슨'과 읽으면 좋다고 팁을 준다. 윤종신이라... 특별히 호불호가 없는 가수라 새삼 '취향'이라는 의미가 도드라지는 순간이었다. 작가와 나는 음악적 취향은 같지 않을 수도 있겠다.



 


대부분의 공감 에세이가 그렇듯 감수성이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그렁한 눈길을 한 작가가 '세상 풍파를 헤쳐나가는 일이 무척 고단해요. 혹시 여러분도 그렇지 않나요?'라는 류의 글들일 것이라는 얼척없는 짐작을 했다. 하지만 작가는 생각보다 먼저 덤비는 당참도 있고, 쉬어야 할 타이밍을 감지하는 촉과 살아남기 위한 도망침을 선택하는 결단력도 갖췄다.


작가의 그런 점이 부럽다. 회사에서 도망쳐야 하는지 버텨야 하는지 분간도 못하는 데다 그런 몇 가지 이유조차 적지 못하는 입장이 서글프다. 뭐 이리 인생이 황망해지는지.


한편, '다름'을 '속도'로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타인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벌어지는 것들에 대한 느림을 공감하는 것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보통의 아이들의 '발달'을 정상이라는 기준선을 그어 놓고 선에 닿느냐 미치지 못하느냐를 두고 전전긍긍하는 건 보통 어른들의 기준이 아닐까. 그래서 아이들을 학습부진이나 주의산만 같은 분류를 만들어 놓고 스스로 안심하지 못하고 옭아매는 건 아닐까.



 


사는 게 여행이 되는 경험은 아무나 못할 텐데 작가가 여행을 삶으로 끌어들이고 세상 풍경이 새롭게 관찰되었다는 소회는 부러운 마음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다. 작고하신 천상병 시인이 삶이 소풍이었다고 하신 그 마음과 같지 않을까 싶다. 이런 삶을 글과 그림으로 채우는 작가니 오죽이나 부러운지 말로 다할 수 없다.



 


아! 가슴을 훅 덥혀 버린 문장을 만난다. 나 역시 어쩔 수 없다고 여기면서도 입으로는 툴툴거리며 불평불만을 옮기는 편이라서 얼굴이 확 달아오를 정도로 부끄럽기도 해서 더 정신이 번쩍 났다.


"어떤 일이든 일단 하기로 했을 때는 그냥 해라, 예슬아." 193쪽


회사 일이건 타인을 돕는 일이 건 내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겉은 아니지만 속은 툴툴거리며 하는 편이다. 한데 이런 마음가짐이 어떤 의미에선 더 피곤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걸 깨닫지 못하고 에너지를 소모할 게 아니라 이왕 하는 거 집중도를 발휘해 빨리 벗어나는 게 더 지혜로운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기억에 남는 걸 하나 꼽으라면 '아직 잘 간직하고 있는 중이다'가 아닐까. 게다가 대부분 사람들은 SNS의 발달로 자신의 DNA에 약간의 관종끼를 새기면서 다채로운 색으로 기억되길 희망한다. 그런데 작가는 그저 무채색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거나 어릴 때부터 간직한 문구류나 일기장, 생활기록이 된 통신표, 알바하면서 썼던 노트 등 시간이 지나면 잊혀도 괜찮을 것들조차도 간직을 선택하는 작가의 취향은 유독 진한 향기로 남는다.


각자의 취향은 오랜 시간 켜켜이 쌓아지며 만들어진 역사이며 향기라는 이야기가 좀 오래 남을지도 모르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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