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재 시인의 시집 <산책시편>을 읽다가 마른 하늘의 천둥소리처럼 내 뒤통수를 갈기는 시구들을 몇 만났다. 한여름 대낮의 더위에 축 늘어져 있던 내 회백질의 주름에 짜릿한 전류가 흐르고 눈앞으로는 방전된 번개가 번쩍 지나간다. 그 번개의 섬광에 드러난 단상 몇 조각을 적어본다.
1. 괄약근에 대한 명상
광고와 똑같은 크기로/ 한국의 명시들이 불을 켜고 있다, 스피커에서/ 새 지저귀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지하철 출입구도 괄약근의 한 종류구나, 하고/ 또 웃다가 철길로 떠밀릴 뻔한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