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앉아 책과 구름을 번갈아 읽는다. 눈이 그렇게 피곤한
것도 아니고 책이 그렇게 재미없는 것도 아닌데, 내 눈길은 몇 분 간격으로 자꾸 책에서 구름으로 건너간다. 맛난 간식을 쥐고 흔들어대는 주인의 손과 얼굴을 번갈아 골똘히 쳐다보는 배고픈 개의 모습이 이와 다르랴. 차이가 있다면 구름은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으며 내 입으로 먹어 치울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 하지만 나는 매번 구름의 유혹에 너무나 쉽게 굴복해 책에서 눈길을 떼어 창 밖 하늘을 쳐다본다. 그러길 몇 번, 결국은 몇 쪽 넘기지도 못한 책을 덮어 책상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