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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조금만

[도서] 질문은 조금만

이충걸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것은 자신이 지금까지 해 오던 일을 즐길 줄 안다는 것을 말한다. 즐긴다는 것은 다른 이의 평가에 좌우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자신만의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해 가는 과정 속에 경험하는 모든 것을 기쁨으로 때로는 슬픔을 이겨내며 참아내는 것을 말한다. 

 

저자가 만난 11명의 인터뷰이 중에 대부분이 노년으로 향하고 있는 분들이고 자신의 일을 즐겨하는 분들이다. 물론 피겨 선수 차준환, 프로야구 강백호 선수 등은 한창 자신의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이들이지만 가수 최백호, 전 외교부 장관 강경화, '대추 한 알' 이라는 시로 뒤늦게 시인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장석주 시인, 아흔을 바라보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 진태옥, 연극배우 박정자님은 나이 들어감을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나이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즐겁게 찾아가며 살아가는 이들이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흐르는 시간 앞에 어느 누구도 무릎을 꿇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명하게 이름을 날렸던 이들도 대중의 머리 속에 소리 소문 없이 잊혀진다. 자랑했던 외모도 건강도 세월이 지나가면 변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세월 흘러가는 것을 부정하거나 초라해진 자신의 모습을 보며 아쉬워하며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저자가 만난 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가수는 목소리가 생명일진대 일흔이면 어떻고 여든이면 어떠냐 나이에 맞게 소리를 내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철학을 노랫말과 목소리에 담아내는 최백호님의 자신의 일에 대한 태도는 나이 들어감의 아름다움관시과 젊음 못지 않은 기백이 서려 있다. 아흔을 바라보고 있는 진태옥 디자이너는 자신만의 색깔을 포기하지 않고 패션의 종가라고 자부하는 유럽 파리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보이며 지금껏 여백의 미를 완성해 가고 있다. 

 

장석주 시인이 살아온 삶을 돌아보면 기나긴 무명의 시절을 어떻게 버티며 살아왔을까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문단의 주류에 편입하지 않고 자신만의 시의 세계를 만들기까지 그 얼마나 자신과의 싸움이 있었을까 싶다. 과연 밥이라도 먹고 살았을까? 한때  신춘문예 당선이 마치 훈장이라도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열기도 사그라져서 시인으로 살아가는 삶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누가 알아주든 말든 줄기차게 성실함으로 글을 써 왔던 것이 '대추 한 알' 이라는 시가 사랑받게 된 이유였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3만 권 이상의 책을 소장하고 있는 장서가이자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고 있는 독서가였기에 시인이라는 삶을 버티며 살아왔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인터뷰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개인이나 집단을 만나 정보를 수집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다. 이충걸 저자의 인터뷰집 <질문은 조금만>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목적이기보다 인터뷰이와 삶을 나누는 일에 가까운 책이다. 인터뷰이의 삶의 결이 드러나도록 적절하게 질문을 던지고 이해하는 능력은 저자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인 것 같다. 인터뷰이가 편안하게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주어진 시간 안에 인터뷰를 완성해 가는 것이 저자의 전문성인 것 같다. 결이 다른 11명의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 그들에게 맞는 질문을 만들고 사전에 그들이 살아온 삶을 공부하지 않고서는 이 정도의 정제된 인터뷰집을 만들어 낼 수 없을 것이다. 평소에는 만날 수 없었던 이들을 책 한 권으로 만날 수 있어 감사했다. 나에게 생소한 이들도 있었지만 또 다른 공부라 생각하고 읽었다.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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