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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서 말하는 베네통 광고를 기억하고 있다
당시에 굉장히 참신하고 윤리적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처음 봤다고 해도 받아들였을 것 같다
아아 나는 애송이였다
하지만 나!
이 책을 다 읽었기 때문에!
더 이상 애송이가 아니다!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
모조리 깨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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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은 셋으로도 넷으로도 다섯으로도 아니 무한대로도 나눌 수 있다. 다시 말해 인종이란 없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다양한 인간의 몸을 인종이라는 틀에 억지로 구겨 넣었던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개념이 바로 '백인, 흑인, 황인'이다. 그러니 베네통의 또 다른 광고인, 벌거벗은 모델 아홉 명이 옆으로 서서 서로의 몸에 손을 얹고 있는 광고 역시 백인, 흑인, 황인의 몸에 대한 단순한 스테레오 타입의 반복일 뿐이다. 백인은 금발에 푸른 눈동자, 황인은 찢어진 눈에 도드라진 광대뼈, 흑인은 칠흑 같이 새까만 피부, 머릿속에 저절로 떠오르는 그 이미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