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컬러의 힘

[도서] 컬러의 힘

캐런 할러 저/안진이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초록이 그렇게 싫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내 주변에 녹색이라곤, 네이버의 초록창뿐이었다. 이상하게 밝은 녹색만 보면 잔디를 한 움큼 입에 물고 있는 듯한 비린내가 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어느 스님의 '나뭇잎은 초록의 꽃이다.'는 말을 접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햇볕이 강렬하게 부서지는 오후에 푸른 잎이 무성한 나무를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일을 좋아하게 되었다.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그때까지도 초록을 내 일상에 끌어 오진 않았지만 이후에 의식적으로 초록을 자연의 생명력과 연관 지을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러고 나서 미세먼지가 가득한 하늘을 몇 해간 겪고 난 뒤 지금은 초록을 많이 좋아한다.

 

우리는 왜 특정한 색에 매력을 느끼는가? 왜 저 사람은 빨강을 신나고 친근한 색이라 하는데, 나는 공격적이고 까다롭다는 느낌을 받을까? 

 

우리는 색을 주관적으로 받아들인다. 위의 내용에서 빨강을 소개한 것과 조금 다른 내용이 있는데, 빨강은 남자들 사이에서 선호되는 색상이라는 것이다. 해당 연구결과를 읽으면서 매트릭스의 마우스가 프로그래밍했던 빨간 옷의 여자가 떠올랐다. 그녀에게 빨간색 옷이 입혀진 이유가 단지 감독(혹은 마우스)의 기호에 따른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실제로 다양한 국가와 문화권에서 같은 색을 두고(서양에서는 백색이 신부의 예복인 반면에 동양에서는 죽은 이를 기리는 장례복이듯)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듯, 실로 다양한 스펙트럼과 해석 가운데 우리는 색을 향유하고 있다. 그 가운데 색이 우리에게 분명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자명한데,컬러의 힘에서는 이미 익히 들어 더 이상은 새로울 게 없을 것 같은 색채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색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총천연의 재미가 있다. 까도 까도 또 나오는 색채의 세계.

 

색채들을 부분 부분 합쳐놓은 것만 보지 말고 전체를 봐야 한다. 우리는 색을 볼 때 따로따로 보지 않는다. 색은 여러 가지가 동시에 작용해서 우리의 감정적 반응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저자인 캐런 할러는 색의 각각의 기능을 바탕으로 색상 간의 관계에 대하여 깊게 다루고 있다. 피아니스트인 델로니어스 몽크의 이야기처럼, 잘못된 음이란 없다. 다만 어떤 색상과 인접했을 때 A라는 기능을 하거나, B라는 기능을 할 뿐이다. 불협화음이나 잘못 연주된 음을 들으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듯이 색채 또한 마찬가지다.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조화를 추구할지는 전적으로 연주자(사용자)의 재량에 달려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