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판타지가 뭘까 궁금해서 읽었는데, 다 읽고 나니 뭔지 알겠습니다. ㅎㅎ
<인어 사냥>은 결국 강원도 통천을 배경으로 1902년과 700년(조선 말기와 통일신라?)을 넘나드는 먹으면 천 년을 살게 해 준다는 신묘한 인어기름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네요. 인어라는 존재가 나오기에 괴수나 괴생명체 이야기인가 했는데 아니었어서 저는 더 좋았습니다.
인어기름 구하려고 목숨을 거는 절박한 사람들의 심정이 주식, 부동산, 코인에 매달리는 현대인과도 어쩌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갑자기 책을 다 읽고 나니 내 앞에 인어기름이 있다면 먹을 것인가 상상해 보게 되는데, 먹지 않을 것처럼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엔 거머쥐게 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들여다보면 나도 그와 같은 게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 준, 왠지 머리보다는 가슴이 명징해지는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