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먹거리에 관심없는 일반대중들에게는 아무 관심도 없겠지만 관심있는 소수의 환경론자들에게 이 책은 호불호가 분명히 나뉠 정도로 상당한 논란거리가 될만한 책이다. 그래서 돈주고 사보기가 아까우면 도서관에서라도 빌려서라도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할만 한 책이다.
환경주의자라면 환경을 살리기 위한 채식은 다들 기본적으로 동의를 하고 있을 것이다. 육식의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책들이 나와 있고 또한 상식적인 차원에서 채식의 건강성에 대해 널리 알려져 있는 바이고 일부 유명 연예인들의 채식실천으로 육식은 나쁘고 채식은 좋은 것이라는 부등식이 분명하게 굳혀져 있는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책은 그렇게 간단하게 채식에게 KO승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의 저자가 채식신화의 허구성에 대해 책을 썼다고 해서 반환경론자로 전향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급진적인 환경생태론자이다. 비록 팩트가 아닌 내용과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 군데군데 눈에 띄지만 이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진심만큼은 행간 구석 구석 느낄 수 있었고 온우주 생명체를 사랑하는 충정이 책의 발간 동기임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광활한 옥수수 농장의 곡식들이 인간보다 가축 사료로 더 많이 재배되어 지기 때문에 우리가 고기를 멀리해야 옥수수 농장이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채식을 포기해야 옥수수 농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식의 논리를 펴는 듯하다.(물론 저자는 옥수수가 너무 많이 생산되다보니 가축 사료용으로 판로가 개척되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과다한 농업이 제1의 원인임을 밝혀주고 있기는 하다) 그리고 개인적인 사견이지만 저자의 몸이 원래 단백질 대사에 선천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수많은 비건들이 꼭 저자와 같이 너무나도 심한 신체적 문제를 겪지는 않기 때문이다. 완전 채식이 좋으냐, 육식이 좋으냐의 문제는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 입에서도 너무나도 다른 말들이 나오기 때문에 판단이 너무 어렵다. 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 완전 생채식만으로 건강을 누리는 사람이 신기하게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책을 읽기 전에는 육식이 가져오는 환경과 건강의 문제 그리고 대안으로 제시되는 각종 생채식 요법과 단식을 포함한 대체요법에 관해서만 책을 읽었고, 근자에 들어 채식만으로는 균형을 맞추기 어려운 필수 지방산과 아미노산의 문제를 접하게 되면서 어느 정도 밸런스를 맞춰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책은 내가 쌓아왔던 지식체계에 엄청난 도전을 주었다. 상식으로 알아왔던 포화지방의 해악을 완전히 뒤집어놓고, 농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실 지방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인간의 끊임없는 식탐과 과식이 문제이고 또한 채집수렵인이 농업인들보다 훨씬 건강했다는 것은 유골을 통해서도 밝혀지고 있는 팩트다. 개인적인 차원에서야 얼마든지 밸런스 있게 식탐을 줄이고 소식을 실천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농업이 문제라고 해서 농업을 폐기하고 수렵채집인으로 돌아갈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저자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무엇을 먹든, 지역 내에서 해결하는 지역적 단위의 자급자족 사회를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흙을 파괴하는 일년생 단일 경작물을 지양하고 다년생 작물을 가축과의 공생관계를 만드는 소농을 지향하라고 한다.
이책의 서평에 1점을 준 내용들을 살펴봤다. 이책에서 받아들일 만한 내용은 깡그리 무시하고 맘에 들지 않은 내용만 발췌해서 무조건 비판하는 내용들이 주였다. 그건 책을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는 아닌듯하다. 비판만 하기 위한 책 읽기였다면 그건 시간낭비일 뿐이고 본인에게도 좋지 못한 일이다.
이 책이 말하는 대로 문명의 전환은 분명히 일어나야 한다. 아니 어쩔 수 없이 인류는 강제적으로 현재의 흥청망청하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소비사회 문명은 종식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채식이냐 아니냐의 논쟁보다는 문명의 종식 뿐만 아니라 인류의 종식을 향해 치닫는 환경문제를 어떻게 더 알리고 정치화시킬 것인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이런 깊은 고민들들을 의제화시켜 눈물로 호소하는 단 한명의 국회의원이라고 배출되었으면 한다. 인류 코앞에 닥친 문제인데 어째서 남의 불 구경하듯하는 국민들과 국회.... 인간의 수명이 500년쯤 된다면 오늘날 같이 살아온 삶을 후회하며 돌이킬 수 있는 기회라도 있을 텐데 말이다.
(* 마지막 사족하나,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일방적일 정도로 현미와 콩의 우수한 점만 이야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곡류는 열매가 아니라 씨앗이라는 점. 사과같은 열매는 동물에게 먹히기 위해 식물체가 만들어 낸것이고, 그 안의 씨앗은 거의 소화되지 않고 배설되어 번식을 한다. 참외를 먹으면 씨앗은 거의 소회되지 않고 그대로 나와버리는 게 좋은 예이다. 우리가 주식으로 삼는 곡류 역시 마찬가지다. 열매가 아니라 씨앗이라면 식물체가 소화에 저항하기 위한 화학물질 방어쳬계가 철저할 것이다. 소화되지 못한다면 그건 인간에게 독으로 작용한다. 이 책에서는 콩에 대해서 상당한 할애를 하고 있는데, 피트산이라는 화학물질로 인해 소화되지 않고 오해려 체내 무기질을 끌고 나간다는 것. 그리고 콩의 단백질을 소회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 여하튼 많은 책들을 통해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