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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의 거짓말

[도서] 명화의 거짓말

나카노 교코 저/이연식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몇 년전부터 할리우드는 유행처럼 그리스로마신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많이 쏟아내는 것 같다. 그리고 어제 지나가다가 걸린 타이탄을 봤다. 영화의 중심인물은 페르세우스(샘 워싱턴 분). 신들이 제왕이자 바람둥이인 제우스가 성속에 갇힌 인간 다나에를 관계해 낳은 페르세우스는 버림받은 후 자신이 반신반인임을 거부한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인간들은 온갖 신의 만행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데, 이때는 제우스의 절대 권력에 봉기한 하데스의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다. 자신이 제우스의 아들임을 거부하고 인간으로서 인간을 구원할 길을 떠나는 페르세우스는 결국 메두사의 목을 베어 하데스의 거대한 분신인 크라켄을 물리친다.

 

돌이켜보면 동양이든 서양이든 역사는 신들에 저항해 자주권을 가지게 된 인간의 투쟁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동양 역시 우가 치수에 성공한 하늘에 대항할 수 있었고 정치에서도 제사장의 역할을 정치가가 받는 과정이 역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나카노 교코의 명화의 거짓말’(북폴리오 간)는 서양 미술에서 가장 보편적인 주제인 신화를 풀어주는 책인데, 그 첫 시작이 제우스와 다나에의 인연이라는 점이 기억나서 마저 읽었다.

 

나 역시 그리스로마신화는 수많은 방식을 접했지만 꼼꼼히 정리하지 못했는데 저자는 이 신화를 근간으로 하고, 서양 미술에 나타난 신화 이야기들의 모습과 그 변용을 잘 정리해 흥미로운 미술로 독자를 초대한다.

 

이 책에서 중심적으로 다뤄지는 신은 절대적인 신인 제우스, 미의 화신인 아프로디테, 합리적 이성의 신인 아폴론이다. 책의 구성은 신과 인간이 아닌 세상이 이런 것이 아닐까로 시작된다.

 

역자가 풀어내듯이 신화 속 세상은 결코 정의롭지도 않고 일관된 논리와 법칙에 따라 움직이지도 않는다. 세상이 원래 정의롭지도 논리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을 보여준다.

 

얼마되지 않아 앞서 말했던 타이탄의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한다. 이 영화의 주제는 이제 인간이 신을 구원한다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것 같다. 사실 앞서 말한 영화에서 페르세우스는 신의 자식임을 거부하기 위해 신이 내린 칼과 말(페가수스)을 거부한다. 하지만 마지막 위기의 순간에 두가지를 이용해 크라켄과 하데스를 물리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그들의 이야기가 있은 지 5000년도 안된 시기에 이제 제우스든 옥황상제가 이땅에 미치는 영향은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다. 인간들은 32쌍의 염색체까지 낙낙히 파헤쳐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를 읽어내려 하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화가의 작품들은 1400년부터 근대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근대 이후 이제 화단에서 신들의 이야기가 나온다는 이야기는 별로 본 것 같지 않다. 대신에 영화나 기껏해서 소설에 등장하는 게 신들의 마지막 흔적 같다. 따라서 이들 명화의 신들에 대한 해석도 신들을 향해 바치는 예술가들의 마지막 오마쥬 같다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로마를 다시 재생했다는 시오노 나나미를 읽지 못했다. 그녀의 이야기든 교코의 이번 책이든 일본의 인문학적 기반이 상당하다는 것은 부러운 일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갈수록 이런 이들이 자라나서 별로 질투는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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