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핀턴의 첫 장편소설인 브이를 마침내 읽어냈다. 원서로 읽어볼까로 한참을 망설였는데 그 전에도 중력의 무지개를 영어로 읽어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값도 저렴하고 중고로 가용됐기 때문에 브이를 한글 번역본으로 읽었는데, 이마저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영어로 고집을 피웠더라면 벌써 포기했었을 것만 같았고, 그나마 한글로 읽다보니 가독성이 갈수록 점점 발전했던 기억이었다. 두께는 중력의 무지개 수준이고 열심히 집중해서 읽었지만 책 자체가 왠지 방어벽을 쌓아놓고 독자를 마주하는 기분이라 독서부터 쉽지가 않았다. 영어로 읽으면 최소 명문장들을 눈치채기 쉬웠겠지만, 평이한 굴곡으로 그냥 피식하면서 바람 빠지는 타이어처럼 끝나 왠지 또 다시 읽어봐도 그렇겠지만 아쉬운 점들이 더 많았다. 중력의 무지개처럼 다 읽음으로써 기대가능한 성취감 이외에 책 내용상 두드러진 부분이 과연 있었나로 돌이켜보면 정말 완독 그 자체에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 과연 이런 노고를 돈과 시간을 들이면서 해야 되나 싶은 후회도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