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인가 문득 생각해보니,
참 많은 글들을 지겹게도 써내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10년동안...리뷰를 올리고, 포스팅을 하면서...
YES24에서 책도 어지간히 팔아줬지만, 내 스스로도 그 시간들을 뭔가를 읽거나 쓰면서 그렇게 그렇게 살아왔었고...그리고, 더 이상 뭔가를 쓰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들었다.
의외로, 뭔가를 쓰지 않는 것은 쉬웠다.
나는 더 이상 타인 때문에 고민하는 일도 없고,
미움이나 슬픔에 연연하는 것도 드물어, 그냥 저냥 살아가면 되겠다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즈음의 전환점이 참 고맙다.
몸도 마음도 예뻐졌고...이젠, 내가 어떻게 살다 죽어야겠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한 해를 돌아보면, 정말 단순하게 보낸 것 같다.
집-수영장-개산책-휘트니스 센터-바이올린-밥잘 차려먹기,만 반복했다.
이건..장자로 빗대어 이야기하면 일상 생활에 충실한 것이였고,
내 멘탈로 이야기하자면, 타인에 대한 관심과 간섭을 그냥 확 끊어버렸다고나 할까.
좋았다.
나한테만 집중할 수 있는건 말이다.
가을 들어서 나는 바빠졌고...최근에는 미국 출장이 있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국가는 우습게 출장 다녔는데,
막상 영어권으로 가려니..얼마나 부담되던지. 준비도 미흡한 것 같기도 하였고...
가기 싫다 싫다..징징 거렸지만, 잘 다녀왔다.
뭐, 영어로 지껄이는 것도 나쁘진 않았던 것 같기도하고.
하지만, 우리의 인생이 이렇게 해피한 이야기만 연속이지는 않을테지.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다.
우리 세나가 출장 가기 며칠전부터 걸음걸이가 이상하더니,
출장 가기 바로 전날부터..중심을 못잡고, 비틀 비틀 걷기 시작했다. 고개를 한쪽으로 갸우뚱 한 상태로...한 마디로...병에 걸려버린 것이다.
출장 가기전에 동물 병원에 가서 진료를 보면서부터 눈물이 줄줄 흘렀다.
너무 울어서 수의사가 나를 위로하고 두루말이 휴지까지 가져다줄 정도였으니.
출장은 잘 끝났지만, 다녀와서는 계속 개수발이다.
다행히 1주일 전보다 좋아졌지만..여전히 예전같지 못한 세나를 보면서..나는 종종 운다.
세나가 갸우뚱하면서 쳐다봐도 울고,
계단을 내려오다가..데굴 데굴 굴러도 눈물이 난다.
비뚤비뚤한 걸음걸이로...나를 좇아다녀도 눈물이 난다.
눈물이 나는데...이건, 예전과는 좀 다른 것 같다.
밑도 끝도 없는 우울함이 아니라...기쁨과 슬픔이 버무려진 눈물...
내 개가 되어줘서 고마웠고, 항상 나를 사랑해 줘서 고마웠고...그런데, 우리도 언젠가는 헤어지겠구나, 하는 유한한 이 시간들이 너무 슬퍼서.
앞으로는 이렇게...살아가면서 슬퍼야할때 슬프고, 기뻐야할 때 기쁠 수 있을 것 같다.
막연한 우울함이아닌...그냥 그 느낌 그대로의 감정으로 말이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이 이런 의미인가.
나는 정말 한 해 한 해 만족스럽다.
지나온 것은 그냥 그랬나보다, 생각하니 더 이상 내 발목을 잡지 않는다.
(사실, 요즘은 과거나 미래에 대한 생각은 별로 없다.)
삶은 얼마나 오묘한지...
뉴스에서 무슨 가수가 죽었댄다. 이긍...좀 더 살아보지 그랬니. 사는게 이렇게 재미난데.
요즘 즐겨 먹는 샤브샤브는 정말 건강한 식단인 것 같다.
내가 연주는 음악들은 정경화 보단 못해도, 못지 않게 훌륭하고...
미장원에서 새로 시도해본 투블럭 컷은 정말 내마음에 쏙 든다.
세나는 집에서 미용을 해도 얌전하고...
나는 유니클로만 걸쳐도 근사한 사람이 되었고,
내년은 주말에 틈을 내서 스페인어를 제대로 다시 시작해볼 예정이다.
흘러가는 세월아,
살아보니..이렇게 선명한 날들도 있구나.
쓰벌, 근데..이렇게 시차 적응을 못해서 어떻하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