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북한산 둘레길을 갔었는지...내려오는 길에 어찌 어찌하여,
영화에서만 보았던 어마무지한 단독주택들이 즐비한 곳으로 내려오게 되었는데,
그 길을 등산복 차림으로 걸어오는 내가 다 민망할 정도였다.
나중에 물어보니, 거기가 평창동인지 구기동인지 암튼 그랬었다고.
소시적엔 명품 지갑에 단 돈 이천원만 넣고서는 명품매장을 휘휘 돌아,
"종업원 년이 웃기고 있네.'하던 철없던 시절도 있었고...
나이키 할인 매장에서 일할 때에는 "니가 뭘알아? 니가 테니스 쳐봤어?"라고 갑질하던
미친 여자를 상대해 보기도 하였고...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은...빈부의 격차나 보이지 않는 계급의 차이에 대한 일상들이 새삼 느껴졌다고나 할까. 하지만 살면서 내가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시급 2000원짜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르바이트생들끼리의 갑질이나...
월급 85만원 받으면 일했던 곳의 판매원들의 갑질이 더 기가막힐 노릇이니.
저딴 인간들이랑 어울리지 않기 위해서 악착같이 공부했지만...에혀, 뭐, 회사 내의 이야기들을 말하기도 뭣하다.
뭐...영화를 보고나서 했던 생각들이다.
어마무지한 저택은 내 남루한 현실과 대비 되었고, 소위 부잣집에 종노릇하는 사람들끼리의 혈투는 보는 내내 섬뜩할 정도이다. 부자=나쁨, 가난=선함 이런 공식은 이미 깨지 오래고... 선택의 기회가 있어 내가 부자가 된다면, 나 역시 선을 긋고 살게 되지 않을까? 보고나서 개운하지 않고 찝찝하기 그지 없지만, 보기를 잘했다 싶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