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저 지난 토요일에 아버지를 태워 선산을 둘러보기도 하고, 드라이브를 하거나 했던 기억이 생생했는데,
막상 돌아가셨다니...그 놀라움은 당황스러움과 지독한 슬픔이 범벅이 되어 어찌 어찌 회사에서 나와 집까지 택시를 타고 가면서는 계속 울었다. 고향에 내려가면서도 울었고, 장례식장에서는 더 많이 울었다.
울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조문객이 없는 틈을 타서 고인을 흉보기도 하였고, 몰상식한 일가친척에 대해서 쌍욕을 하기도 하였다. 소수의 인원에 부고를 알렸더니 하나도 빠짐없이 장례식장에 와주거나 염려해주어 막상 그 조문객들을 보니 더 눈물이 나기도 하였고, '얘는 부르지도 않았는데 왜 왔나' 싶은 경우도 있었다. 그 시간들도 어찌 어찌 하다보니 지나갔다. 울음이 멈춘 것은 장례식이 끝난 후였다. 관할 주민센터에 가서 사망신고를 하고, 나머지 행정절차를 좀 하려고 했더니 가족 관계증명서에 '사망'확정이 되는 것은 일주일은 지나야 된다고 했다. 그리고 몰려오는...극심한 피로감.
장례식을 치뤄본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나는 시종일관 먹먹하긴 하였으나 슬퍼서 쓰러질 정도는 아니였다. 끼니때마다 밥을 지어먹기도 하였고, 귀찮으면 근처 식당에서 가서 밥을 사먹었다. 집시에게 내 차를 팔았고, 추석때 아버지를 태우려고 했던 차를 영업점에서 인수 받았다. 근처의 쇼핑몰에 가서 옷을 샀고, 수영장에 가서 사물함을 비웠으며, 뭘 할가 말까 망설이다가 소파에서 잠이들기도 하였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이 지났다.
저녁을 먹고는 커피 한 잔을 하면서 옛 사진을 들춰보았는데, 아버지 사진이 종종 나온다.
그 즈음에 가정을 이루고 어린 자식들을 안은 모습 속에서...과연 미래의 지금 모습을 상상이나 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 젊은 모습이 낯설고...지금과 대조해보면, 늙음과 병과 외로움으로 마무리된 한 사람의 인생이 쓸쓸하다.
내일까지 쉬겠다고 했지만...쉬니까 딱히 뭐 하는 것도 없고...얼른 진절머리 나는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서, 일단 출근하련다. 출근하려는데..잠은 안오고, 사둔 책도 펼쳐보고 싶지가 않다.
하지만, 이러다가 또 책을 읽게 되겠고, 일을 하겠고, 수영을 하든 뭘 하든...또 나의 분주한 일상에 무사히 복귀를 하겠지. 나도 영원히 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늙는다고 지구가 망하는 듯한 절망에 빠질 필요도 없겠지만...늙어가는 것은 내가 어찌 할 수가 없고, 주어진 나의 하루는 잠을 쳐자든, 밥을 해먹든...뭘하든 오롯이 즐기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