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초반 즈음에 대충 설정을 파악 하고서는 책을 덮어버리려고 했다.
이런 공상과학(?)적인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도 하거니와, 주인공 이름이 톰이나 브래드처럼 이국적이거나, 외국을 배경으로 했다면 모르겠으나...한국 이름과 지명이 언급되는 것에 도리어 거부감이 확~ 일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영하 작가를 완전 신뢰하거나 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또 읽을만하다 생각하는 신뢰도 있는 터라 그냥 쭈욱 따라 읽어버렸다.
결과는 대부분 만족스럽다.
요즘 나는 이래 저래 마음이 편치 못하다. 생각해보면 요즘만 그랬던 것은 아니고 항상 그러한 결핍을 달고 살아왔지만...요즘의 그것은 늙어감, 귀찮음, 노후, 이별...뭐 그런 것들이 버무려져 시시때때로 딴 생각에 빠지게 하기 때문.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하다.
현재에 충실해라, 뭐 이런 메세지도 살짝 담겨져 있기도 한데... 그동안의 그것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터치...뭐 그런 것이 있었다. 그리고 '이별'이라는 부분에 대한 것도.
나는 너무 힘들고 어렵게 살다가 끝내는 강원도 어느 산골에 산골되어진 아버지가 생각나기도 했고...3년전 내가 멀리 출장을 가 있는 틈을 타 강아지별로 떠나버린 세나가 생각 나기도 했으며...너무 갑작스레 열흘 전에 고양이 별로 떠나버린 찰스가 생각나기도 했다. 제대로된 작별인사를 하지 못하여...너무 마음 아프기도 하고, 또 보고 싶은 마음들은 잊을만하면 한 번씩 되살아나 그리움으로 남고...여전히 숨쉬고 밥먹으면서 애면글면 살아가는 내 삶에 대한 지겨움과 무의미함이 종종 지겹기도 하였다.
이 책을 읽다보니...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살아가야할지,에 대한 가닥이 조금 잡히는 것 같다. 죽을때까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자문 자답을 해야하는 것이, 즉, 항상 이렇게 답답해야하고, 스스로 살기위해 숟가락을 들어야하는 것이 맞겠지.
마지막 부분은 살짝 슬펐다.
재수없으면 100년도 산다고들 하는데, 뭐 그렇게까지 살고 싶지는 않거니와...그러든 말든 난 조금 더 씩씩하게 살아야한다.
덧붙임.
물론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글을 선호하긴 하지만, 이 책은 살을 더 덧붙였으면 좋겠다.
어찌보면 심오하게 짚고 넘어갔으면 하는 것들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 것 같기도하고, 또 어떤 부분은 한국형 공상과학의 어설픔(혹은 낯설음)을 뛰어넘지 못한 것 같아, 조금 더 촘촘히 쓰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