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딱히 읽을게 없어서 이 책을 골랐다.
김훈 작가의 책은 '내 젊은 날의 숲'을 너무 좋아했고, '화장'같은 단편들도 좋아하긴 했지만... '남한 산성'처럼 모두가 좋아하는 책들은 살짝 너무 무거운 느낌이 들어 부담이 되었고, 또 작가의 에세이집은 너무 딱딱하거나 꼰대 느낌이들어 별로 공감이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모두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책장에 남아 있는 책은 '내 젊은 날의 숲' 한 권 뿐이다.
그래도, 작가의 칼 같은 글 쓰기의 아우라는 공감하는 터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읽어봤는데, 나름 괜찮았던 것 같다. 그의 에세이보다는 소설이 좋고, 소설 중에서는 살짝 힘을 뺀 글을 좋아하는데...이 소설집이 딱 그랬다.
김훈 작가의 글을 읽다보면, 신기하게도 글이 그림이되고 풍경이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이 하나같이 그랬다. 그래서 괜히 아련해지기도 하고...삶의 여러 모습을 보고 나의 것과 비교를 해보기도 하였고, 또 내가 경험하지 못한(혹은 못할) 일들에 대해서 푹 빠져볼 수 있었다. 하지만,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48GOP'의 도입 부분은 김훈 소설에서 많이 보여지는, 배경에 대한 묘사라고 해야할지...여하튼, '공무도하'에서도 비슷하게 보여지는 과장된 혹은 억지스러운 거룩함(?) 혹은 장엄함(?)을 이끌어내는 게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소설집의 표제작인 '저만치 혼자서'는 살짝 '이건 뭐지??' 하는 당혹감. 대충은 뭘 말하고자하는지는 알겠는데...살짝 생뚱맞은 이야기의 전개가 내 마음에 와닿지 못한 것 같다.
전반적으로 '김훈 작가니까...'하는 마음에 그의 명성에 걸맞은 글빨이 매혹적이지만... 또 어떻게 보면 '그래도 김훈 작가인데...?'하고 보면, 단편 소설에서 보여지는 갑작스러운 마무리가 살짝 걸리기도 했다. 그래도 요즘 같이 읽을 거리가 없는 때에 단비 같은 작품이였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