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사가 있는 노래를 잘 듣지 않는다.
그냥 가사를 떠올리면, 없는 기억이나 경험한적도 없는 상처(?) 같은 것이 되살아나는 것 같은 지랄같은 감수성때문에,주로 클래식 음악만 듣는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있다.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 오리지날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인순이의 "아침이 오면", 그리고 이문세의"가로수 그늘아래 서면".
이 노래의 가사를 죄다 음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제목과 가사에 나오는 '~하면'에 대하여 어떤 인내의 과정이나, 기다림, 그리고 비로서 겪어내고 난 후의 편안함 같은 것을 은근 느끼곤 한다.
세월이 가고...어느 아침이 오면...가로수 그늘 아래 서서 지난 날의 아픔이든 기쁨이든... 잘 버텨내고, 견뎌왔다는 것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위로나 위안, 격려 혹은 박수라도 짝짝짝 쳐주고 싶은 뭐..그런 느낌이랄까.
편혜영의 '통조림 공장'에 나오듯이 나름의 슬픔과 외로움과 우울함과 고독은 깡통속에 밀봉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굳이 '열심히' 라는 말을 붙이지 않더라도, 세월이 가면...아침이 오면...그러다 어느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묵묵히 살아왔던 인고의 지난 날에 대해서 조금 더 감격스러움으로 바라볼 수 있었을텐데.
나는 누군가가 도저히 못살겠다고 "꽥"하고 자살하는 것에 대해서...그다지 반대하지 않는 편이다.왜 사는지도 모르겠는데, 죽는것도 내맘대로 못하냐,하는..뭐 그런 생각이겠다.
하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아프다.
영화를 한참보고 있는데 정전이되면 얼마나 궁금한가.
남은 여생이 궁금해서라도 이빨 꽉 깨물고 더 살았으면 좋았을텐데.
세월이 가면...
아침이 오면...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그런 마음으로 묵묵히 살아가는거다.
어쨌거나...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의 내공이 필요한 요즘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