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를 돌아봤을 때,
무엇보다도 아쉬웠던 것이 이작펄만, 조슈아 벨 그리고 로랑 코르샤의 공연을 놓쳤다는 것이다.
돈이 쪼들렸던 것은 아니고, 이 연주가들의 존재가... 당시의 나에게는 존재감이 없었다.
다행히도, 로랑코르샤는 올 해 또 한번의 내한공연을 하게 되었다.
프랑스 출신이며, 루이비통에서 후원하여 스트라디바리를 쓰고 있고, 프랑스인들에게 아낌없는사랑받는 연주가라고 하니... 즉, 내가좋아하는 3박자, 프랑스+명품+바이올린에다 덤으로 훌륭한 비쥬얼까지 갖춘 연주가의 공연이니, 예매를 해두고 얼마나 마음이 설레였는지 모른다.

공연 1부는 사계를 2부는 클래식 소품과 영화음악으로 이뤄졌는데...
사실 공연 프로그램은, 예매권을 티켓으로 교환하고 프로그램을 한 권 사면서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어떤 곳을 연주하냐보단, 나는 그냥 로랑코르샤가 (뭘 연주하던) 보고 싶었음이다.
다행히도, 사계는 썩 즐겨 듣는 편은 아닌데, 오케스트라가 아닌 이렇게 실내악 수준으로
편안하게 듣고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내가 좋아하는 곡 Les valseuses와 시네마 천국의 테마가 연주될 때에는
올 해에는 꼭 제대로된 사랑에 좀 빠져봐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고맙게도 두 번의 앵콜 연주를 더 해줬고...
공연히 끝나고나서는...
긴 줄을 기다려...그의 면상을 조금 더 가까운 거리에서 영접(?)할 수 있었으며...

관객에 대한 배려는 없어, 번개같이 싸인만 받고 한 명씩 빠지는 순간...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하며 당신의 연주를 사랑하고, 또 볼 수 있으면 좋겠으며 그리고 고맙다,라는 말을 유창한 불어로 씨부렁 거리니...그가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고맙다고 했다.
몇 초간의 아이컨택.
한 마디 더 건네볼 수도 있었을텐데...
스텝년이 빨리 비키라고 지랄을 해서, 거의 떠밀리다 싶게...그와 멀어졌다.--;;
밑에는 로랑 코르샤에게 받은 싸인 씨디(씨디는 당근 내 돈으로 구입--;;)

덧붙임.
작년 정경화 공연을 보면서, 그녀의 앵콜곡이였던 사라방드를 연주를 보고 있자니...마음에 뜨거운 것이 울컥 하면서 그렇게 그렇게 눈물이 콸콸 나올 수가 없었다. 연주가에 대한 나의 무한한 존경과 애정도 있었겠지만, 바흐의 파르티타가 한 곡 한 곡이 담고 있는 그 경이로움을 통해서...나는 내 짧은 일생을, 이런 저런 나날들을, 통째로 위로 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남들이 보건 말건...손수건도 티슈도 없어서 손바닥으로 옷 소매로 눈물을 닦으면서 그 공연을 보았다.
이번 공연은 작년과 같지 않았다.
나는 생글 생글 웃으며, 사계가 연주될 때에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장면을 생각했고...2부의 연주에서는 바이올린 소품의 아름다움에 젖어 들거나, 혹은 오래된 영화를 떠올리며 그냥 재미나게 즐.겼.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일년에 한 두 번만 이렇게 살고 싶다.
뭐, 그래도 살짝 부담 스러운 티켓 가격을 생각하면, 이런 공연 보러 다닐 정도의 경제적 안정과 마음의 여유는 있어야겠지만...어쨌거나, 이런 저런 밥벌이의 애환속에서도, 좋아하는 공연을 보기 위해 편안한 청바지를 입고 버스와 전철을 타고 멀리 멀리 와서,산뜻한 관람 매너로 즐길 줄 아는 그런 사람.
그래, 난 딱 이렇게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