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사랑스러운 소설이라고 생각되었던 것은 1권 때문이지만...
하지만, 이 책이 정말 매력적이라고 느꼈던 것은 2권의 '스완의 사랑'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부터 커다란 난관이 시작된다.
본격적으로 살롱 문화에 대해서 엿볼 수가 있는데,
근사한 영화에서 보여지는 그런모습이 아니라..다소 어처구니 없는 주제와 그닥 관심이 가지않는 잡담이나 하는 것이...슬그머니 지루해지기 시작하고...심지어는 졸리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처음 1권에 등장했던 스완을 보고는
마치 안나 카레니나와 바람을 피우는 브론스키인지 하는...조금 잘 생기고 멋있고 근사하고 능력까지 겸비한 쌈빡한 남자가 떠올랐다. 이름도 스완이니, 백조의 호수 같은데 나오는 왕자도 오버랩 되며..언뜻 화류계 여자와 눈이 맞았다는 장면으로 유추하건데..뭔가 비운(?)의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같은 비극적인 사랑을 선택한 남자였나보다,하고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했던 스완이, 거의 편집증적인 스토커 기질을 발휘하면서 사랑에 빠지고 빠지고 또 빠지다가...어느 날 살짝 졸다가 깨어보니...
그렇게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게, 미친듯이 사랑했던 여자가...
알고보니 그냥 그저그런(심지어는 천박한) 여자였었고...
그간 자신이 잠시 정신이 나갔었음을 인식하게 될때...
나는 너무 감동을 받고 또 받아서.. 집에 백조라도 한 마리 사다 키우고 싶었다.
책을 덮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스완의 그것과 같은 짓...아마 어떤 모습으로든 우리의 기억 어느 저편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백화점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어떤 시절.
돈을 버는 족족 미친듯이 갖다 퍼부었더니...남아있는 건 가방 뿐.
알고보니..이건 명품이 아니라...
그저 동물의 껍데기를 벗겨서 만든 젊은 날의 실수였고, 패브릭 주제에 디자이너 에디션이라는 허울을 쓰고 내 지갑을 텅텅비게 한...치기어린 짓거리라고 할까. 뭐... 암튼.
민음사에서 이 책에대해 정말 신경을 많이 쓴 모양인지...
1권과 마찬가지로 2권 역시 읽었을 때, 책 자체에 쏟아부은 정성스러움이 오롯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런데..이거, 읽다가 슬그머니 느끼는건데...
번역 부분에서 왜 이렇게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natural하게 읽히지 않고...너무 너무 잘하려고 무단히 애쓴 느낌,
'나는 완전 완전 잘 번역해야해.' 하는...어떤 강박관념(?)이나 불굴의 의지(?) 같은 것이 곳곳에서 보여지는 듯 싶어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덧붙임::
국일미디어 판을 보면...스완이 오데트를 '임자'라고 부르는 장면이 있어 홀딱 깬적이 있는데...
이 책도 다시 한 번 찾아봐야겠다. (읽으면서는 못본 것 같은데...)
만약에 민음사 판에서도 스완이 오데트를 '임자' 라고 불렀었다면...
나는 별을 하나 뺄 것이다.
왜냐면, '임자'는 '토지'에서처럼... 용이가 임이네나 월선이를 부를 때나 적당한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