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어떻게 핸드폰으로 음악을 듣다보니,
김동률의 베스트 앨범을 핸드폰에 저장해 두었었는지 '기억의 습작''하늘높이'를 연달아 듣게 되었다.
언제나 그랬듯이..그의 노래는 애잔하고...94년 어느늦은 겨울을 떠올리게 했다.
난 '기억의 습작'으로 일기도 썼고, 포스팅도 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무 일도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본고사 보는 애들에 비하여 일찍 특차로 대학 입학하여 집에서 놀고 있는 중이였고.
새로 다가올 20대의 대학생활에 대한 설레임에 가득 차 있지 않았을까? 어쨌든.
특별히 기억할 일도 떠오르는 일도 없었던 것 같다는... 심지어는 듣다보니 지겨운 생각마저.
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몇 몇 떠오르는 잔상마저도 과연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기나 한 것일까?
헬렌켈러의 '사흘만 볼 수 있다면'에서는 그녀가 표절 사건에 휘말렸던 이야기가 있다.
본인이 쓴 글이 100% 그녀의 창작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그녀의 손바닥에 써줬던 이야기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고. 나는 그녀의 말을 믿어, 그녀가 작정하고 표절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에, 다른 비장애인과 똑같이 아마 그녀는 혼동했었으리라. 어느게 진실이고 어느게 거짓인지.
늦은 밤, 역에서 내려 집까지 터벅 터벅 걸어오는 십분 정도는 내겐 상상의 시간이라 생각했었다.
혹은, 내가 되고 싶은 이미지를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진짜 내가 되게 만드는 다짐의 시간이라고도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런 다짐들을 더 견고하게 하려면...난 기억이 있어야 한다. 추억이 있어야하고, 이왕이면 그건 좀 애틋한..뭐 그런거였으면 싶었나. 상상을 하게 되고, 종종 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곤 한다. 한 마디로 망상에 빠져 허우적 거린 거다.
우린 살면서 착각을 한다. 저 사람이 날 싫어한다, 좋아한다는 단편적이고 일방적인 오해부터.
나에게 일어나지도 않았던 일이 마치 나에게 일어났던 일인냥...나를 위로하고 쓰다듬고 다독이게 된다.
크게 한 숨을 쉬고 생각해 본다.
나의 기억은 백프로 나의 것이 맞을까?
관계에서 오는 이런 저런 편향적인 감정들.
근거없이 자라나는 나의 오만과 몽상들...
나는 다시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생각해 본다.
아마 모든 일은, 나의 감정이 절제되지 못하고..넘쳐나는 감수성에서 비롯된 자작극이지도 모른다.
난 슬프지 않았고, 외롭지도 않았는데...그냥 그러고 싶었었던 것일 뿐이라고.
물론, 모든 것은 내 눈앞에 펼쳐져 있다.
그런데,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자세에 문제가 있었던 것을 아니였을까?
내탓이 아닌 남탓으로 치부하고픈 마음.
내 자신조차 속여가면서,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얻고 싶었던 간계.
이만큼 쓰고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넘쳐나는 감수성은 좀 적당히 해야겠다. Fact 베이스로 생각 좀 해야겠고...
쓸데없는 망상도 이제 좀 그만해야지.
내일 모레 정도면, 산책로에 있는 벚꽃 나무들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헛짓꺼리 하면서 주접 떨기보단,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에 감동하고. 콧구멍으로 상쾌한 공기를 들이 마시는 행위말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쓰고보니, 또 하나의 뭔가를 배운것 같다.
사는게...참 재밌지 않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