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딱 한 번,
정경화의 바흐 파르티타와 소나타의 연주를 들었으면 싶었다.
하지만, 그녀에 막상 심취했을 때 그녀는 손가락 부상으로 더 이상 연주를 하지 않았고,
그러던 5년전, 멋지게 복귀했을때 앵콜곡으로 들려준
'사라방드'를 듣고...객석에서 얼마나 눈물이 났는지 모른다.
그 이후로, 그녀의 공연에는 몇 번을 더 갔었다.
음반에서 들려줬던 그 칼날같이 강한 느낌은 없었지만...글쎄 뭐랄까...음반에서와는 달리,
이제는 모든 것을 달관한듯한 대가의 연주는 편안하기도 했고...
성질이 장난 아니라던 그녀였지만...종종 앵콜 곡에서 재미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또 객석의 어린아이를 무대에 올려서는 함께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그랬다.
여하튼 그녀의 이번 공연을 예매하면서,
마음 같아서는 이틀을 모두 예매하고 싶었으나(이틀 나눠서 연주했으니), 어쨌거나..나는 가난해서, 내가 듣고 싶은 샤콘느를 연주하는 날의 표를 예매하였다.
예술의 전당도 아니고, 세종문화회관도 아닌 JCC 아트 센터는 혜화동쪽에 있었다.
그래서, 참으로 오랜만에 대학로도 가보고.
참고로, 이번 공연을 했던 JCC 아트센터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이랬다.
따라서 공연장도 멋졌고, 177석의 아담한 공연장도 그녀의 공연을 더욱 집중해서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공연은 특이했다.
시작하자 마자, 그녀가 나와서는 곡에 대해서 짧은 설명을 해주니, 더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공연이 시작되고....나는 여러 감정을 느꼈다.
파르티타에서는 알 수 없는 슬픔이..소나타에서 묘한 편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무엇을 더 말할 수 있을까.
아주 오랜 시간 동안...내 생에 딱 한 번만, 하고 바랐던 연주를 그렇게 들었으니 말이다.
손바닥이 찢어져라 박수를 쳤다.
11월은 원래 뒤숭숭한데...아니, 어쩌면 내 인생 자체가 뒤숭숭한데...
집에 음악을 즐겨 듣는 이가 있던 것도 아니였고, 가르쳐 준 사람도 없었는데...
알아서 이렇게 좋은 공연을 찾아다니고, 즐거움을 얻는.. 내가 대견했다.
흐믓하고..상쾌하기까지하여...혜화동에서 광화문까지 슬렁 슬렁 밤 산책을 하고 집에 돌아오다.
그리고, 난 오늘 집에서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