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6 14:00. 예그린 씨어터
텔레비젼의 드라마는 1년에 한 두 편 정도만 주의깊게 보는 편이다.
꼴값치려고 그러는건 아니고, 도무지 연기가 되지 않는 아이돌이 나오거나, 혹은 연기가 되는 아이돌이 주연을 한다고해도 도무지 개연성 없는 이야기에 공감이되지 않고, 상상력이 부족한 이야기에는 더 이상 흥미가 가지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챙겨봤던 드라마는 디마프 정도.
일단 내 생일에 무슨 선물을 해줄까 고민하다가, 연극 한 편을 관람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사실 다음주 공연이 박소담과 배성우가 다 나오긴 하지만 내 생일에 근접한 16일 공연을 골랐다.
덕분에 우리집에서 아주 멀고먼..대학로까지 다녀왔다는.
혼자 다니는 것에 이골이 나면 좋으련만... 특히 영화든 연극이든 아니면 미술관에 가더라도,
이젠 혼자가 편하다. 누구를 동반하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고, 또 전후로 밥을 먹어주거나 차를 마셔주느라 시간을 더 길게 잡아먹기 마련인데, 심플하게 관람만 마치니 편했다.
일단, 나는 요즘 배우 배성우를 조금 예의주시하고 있는 편이다.
천만배우나 영화 같은건 나는 관심이 없는 편이고, 그냥 배우면 일단 연기를 잘 했으면 좋겠고...
그러다 보니 얼굴만 반반한 배우들보다는 나름 개성있는 연기를 펼치는 조연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요 근래 그가 나온 작품들을 보면 조금 괜찮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적중하였다.
그는 '래리' 역을 맡았었는데, 능청스러움과..변태(?)같은 대사를 천연덕스럽게 구사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극 중에 소리를 꽥 질러댈 때에는 소름이, 전율이 온몸을 휘감아...집구석에서 보는 TV 드라마나 극장에서 보는 영화와는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연기력 탄탄한 배우가 나오는 연극은 좀 알뜰하게챙겨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클로저,는 영화와 내용이 같다.
이 번 연극을 보면서도 나는 비슷한 생각을 했을게다.
극중에서 엘리스는 진실을 이야기하지만, 댄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마저 그 진실을 믿지 않는다.
연인들 사이에서도 진실 대신에 자신이 믿고 싶고, 듣고 싶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
그래, 이래서 의사 소통이 어려운거지.
하지만 연인 사이만 그럴까...부모자식간에도..회사 동료들간에도...즉, 모든 인간 관게에서
사람은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마련이겠지.
연극이 훌륭해서였는지, 배우가 훌륭해서였는지...
연극을 다 관람한 후에도 쓸쓸한 생각은 한 동안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침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히 집안일을 한 다음에, 부리나케 달려나가 멀고먼곳까지 가서는
연극을 보고 온 나를 칭찬하고 싶다.
원래는 대학로나 성균관대학교 그리고 창경궁도 들러볼 예정이였으나...
내가 사랑했던 대학로나 성균관 대학교는 이미 없었다.
자주 들렀던 커피 숍은 이미 프렌차이즈 커피숍으로 변했고...
혜화역 앞의 베스킨 라빈스만 알아보겠고...나머지는 20년전과는 아주 다르게 변해 버려,
그닥 거닐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11월에는 정경화의 공연을 예매하였다.
문학도 그렇지만, 각종 예술들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족하게 하는지..나이가 먹으니 이제야 알겠다.
내가 피곤하여 개들 산책을 시키지 못했는데, 내일은 또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쉬니까.^^)
개들과 하루를 보내고...한 주를 준비하련다. 그러고보니, 다림질을 깜빡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