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아침이 되니 얼마나 귀찮은 생각이 들던지, 길찾기앱을 통해서 찾아보니...자동차와 대중교통을 모두 이용하여 1시간 30분 정도.ㅜㅜ
우여곡절끝에 운전대에 앉으니 마음이 겨우 편해졌다.
차를 어디에다 세워두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도 좋았다. 요 근래 사놓은 책을 읽는데...비로서...예당까지의 여정에 설레임이 생겼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내 삶이 이렇게 편할리는 없겠지. 곧 예당 앞에까지 갔을 즈음.. 엄마 전화를 받고 또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루가 멀다하고 버라이어티한 요청에 아주 미칠지경이다. 어제 사람 혼을 쏙 빼놓고는 하루 만에 또 전화를 하니 정말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드디어 공연장...시작.
다행히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거나...내 연민에 빠지거나 하진 않았다. 그 대신, 바흐 무반주 곡의 특성 때문일수도 있지만 내 스스로를 애도 하게되었다.
괜찮다.괜찮다.괜찮을 것이라고...
전 곡을 연주하다보니 인터미션이 두 번이나 있었지만, 나는 꼼짝 않고 앉아있었다. 그리고 사라방드와 샤콘느가 연주될 즈음에...잔잔한 삶의 슬픔이 느껴졌지만 눈물을 흘리진 않았다. 그냥...좋았다. 정경화의 연주도 훌륭했지만... 내 주제에 이렇게 비싼 좌석에 앉아..바흐의 선율을 온 몸으로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것도... 내 팔자에 사치 아닌가, 호강 아닌가 생각하였다.
집에 변변한 음반 한장없었고...그래서 비발디의 '사계'를 '네개'라고 알고있었던, 그 아득하기만 했던 시절에 비하면...항상 뭔가 부족하고 불안했던 시절에 비하면... 배움의 여건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그 즈음에 비하면... 나는 정말 올바르게 크지 않았던가.
2번째 인터미션 후의 곡들은 긴 장마가 끝나고 들어난 햇빛 한 조각처럼 잔잔했다. 즐거웠고...내 삶을 축복하고싶었다. 정경화 선생에게 고맙고 바흐에 고마웠고...나에게 고마웠다.
모든 곡이 끝나고는 진심으로 감동하여 박수를쳤다.
예쁜 샤넬 클러치를 들고 공연 내내 쳐자던 옆좌석의 할망구가 조금 거슬린것을 빼고는 아주 마음에 드는 공연이였다.
간만에 절친과 만나 냉면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친구와 쇼핑을 하고 아주 늦게 돌아오다.
생각해보니...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일만 가득했군.
책.정경화.바이올린.바흐.친구.냉면.스타벅스커피.그리고 쇼핑까지....매일 매일이 즐거워야겠다고 새삼 생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