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퐅,랜, 있어요?'
'? 다시 말씀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손님?'
'포도할 때 포에 티읕 받침, 랜드할 때 랜이오'
'! (직원용 검색대에서 한참 검색한 후)
아, 네 이쪽으로 오십시오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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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피컬 아메리칸 프러넌시에이션인가?
포틀랜드도 아니고, 퐅랜이라니.
이우일의 그림과 산문을 좋아한다.
그의 신혼여행기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옥수수빵파랑' 등의 책도 인상깊었다.
당연히 그가 책을 냈다길래 바로 사 보고 싶었지만
마침 11개의 책장 중 4개를 버리는 과정 중에 있었기 때문에
서점에서도 몇 번이라 책을 들었다 놨다 했다가 결국
사지 못하고 도서관만을 기웃거렸다.
우여곡절 끝에 처음 읽기로 마음 먹은 뒤 넉달 정도 만에
책을 빌렸고 결국 읽었다. 읽으면서 '풋'하고 웃은 곳이 많았다.
그는 여전히 신선하고 재미있는 글을 쓰고 있었다.
젊었을 때보다 치기는 많이 줄었지만...
그림도 그렇다. 장난끼 가득했던 만화체에서 드로잉 풍이다. 훨씬 내 취향이다.
책을 읽기 전부터
퐅랜이 궁금했다.
내가 좋아하는 미드 '그림'의 배경,
'킨포크'의 도시,
나이키의 본사가 있는 곳.
그가 아내, 그리고 딸과 함께 2년 동안 살며 말하는 퐅랜은 내가 상상했던 것 과 비슷한 점도 있고
(작고, 녹색이고, 사람들이 괴상하고, 서로 위해주는 공동체 같은 걸 이루고 있고)
의외의 점도 있었다.
(비가 그렇게 많이, 오래 내릴 줄 몰랐다. 비 올 때 우산 안 쓰는 건 영국 사람들만 그런 줄 알았다.
호손산이란 거 있는 줄 몰랐다. 맛집이 그렇게 대단하진 않다는 게 놀라웠다. 왠지 오가닉 맛집 같은게
엄청 많을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은 것 같다. 또 뭐가 있더라....아...난 빈티지에 관심이 없어서 빈티지와 수집에 대한 내용이 굉장히 많았는데 그런 부분은 설렁설렁 읽었다. 관광할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 부분도 조금 실망.)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그리고 다 읽고 마음에 많이 남았던 부분은
은서 이야기였다.
나도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딸을 둔 입장에서,
그림을 생업으로 하면서 딸과 같이 그림을 그리고 그걸 북돋워주고, 길을 이끌어주는 그와 그의 아내 이야기가 참 부러웠다.
그리고 글에 딸에 대한, 아내에 대한 깊은 사랑이 묻어나 있어서 참 좋았다.
어느 포인트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살짝 눈물 날 뻔 했다.
아니, 알겠다. 에필로그다.
나도 아이를 그렇게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는 당당한 성인으로 자라도록 도와서
혼자 그림 공부든 뭐든 하러 훌훌 떠나게 해 주고 싶다.
아이가 웃으면서 손흔들며 씩씩하게 홀로서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