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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이야기

[도서] 제시이야기

박건웅 글,그림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도서관에서 다른 책들을 대출하다가 

한쪽에 놓인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서가를 보게되었다.

거기 꽂혀있는 두툼한 책.

그러나 그래픽 노블이어서 부담이 없어 보이는 책.

대출 권 수에도 들어가지 않는다길래 냉큼 집어 빌려 나왔다.

 

제시는 일제강점기 말, 미국 유학생이었다가 조국의 암담한 소식을 듣고 돌아와 임시정부에서 활동을 하게 된 어느 독립운동가가 중국에서 낳은 아이다. 그 가족이 임시정부가 있는 중국 땅에서 태어나 중일전쟁으로 계속 피난을 다니다가 결국은 조국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책에는 기대했던 독립운동 활극(폭탄을 던지거나, 총을 쏘거나 하는 것)은 안 나온다. 제시의 아버지가 그런 활동을 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제시의 부모가 쓴 육아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난리통에 어떻게 아이를 키웠는지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렇게 힘든 시절에, 아기를 들쳐업고 툭하면 거처를 옮겨야 했던 전쟁통에 제시의 부모는 어떻게 육아일기를 쓸 수 있었을까? 두 아이의 엄마이지만, 육아일기 따위는 써 본적이 없는 나는 매우 부끄러워졌다.

 

그러니 이 책은, 독립운동사라기 보다는 험난한 시기에 아이를 기른 어느 부모의 투쟁 정도로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퍼지는 공습경보의 공포, 더위, 굶주림까지는 아니어도 모든 물자가 부족한 상황....아이를 키우는 환경으로는 지옥과도 같은 시기에 제시의 부모는 최선을 다해 아이를 사랑하고 건강하게 돌본다. 그리고 (아마도) 제시의 아버지는 (어떤 활동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독립운동을 한다. 대의와 개인적인 행복을 둘 다 소중히 여기고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제시 아버지의 태도는 굉장이 신선하다. 전쟁통에, 레지스탕스 활동 중에 그럴 수 있단 말인가.

 

난리통에 태어난 제시는 폭탄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살아남아 부모, 동생과 함께 마침내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당시에는 조국이 뭔지 전혀 몰랐겠지만....그리고 아마도 미국에 살게 된 것 같다. 그녀의 딸은 한국에서 살게 되었지만....

 

원작인 육아일기 행간을 읽어 당시 중국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삶의 디테일을 잘 그려낸 만화가 박건웅 씨가 놀랍다. 그의 목판화를 닮은, 힘 있는 붓질과 흑백으로만 이루어진 그림이 당시의 어두웠던 현실과 독립운동가들의 꿋꿋한 삶의 기개를 잘 담아낸 것 같다. 묘하게 서정적인 그의 그림체도 마음에 든다.

 

다음 달에 광복절이 있다.

이 나라가 어떤 이들의 어떤 마음으로 회복시킨 나라인지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부모로서, 우리 아이를 키우는 마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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