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건축 2000년의 조악한 돌아봄은 이러하다. 이 돌아봄은 우리건축을 비춰보기 위함인데, 그들의 건축과 우리의 건축이 겹치는 공통분모가 매우 넓음을 목도하게 된다......우리와 가깝고도 먼, 같으면서도 다른 일본의 건축을 통해 우리건축의 정체성은 보다 선병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일본 건축의 발견>여는 글 中
저자는 일본 건축을 살펴봄으로써 우리 건축의 정체성을 발견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은 일본 원주민들의 가옥 형태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부터 시작해서 서양의 Architecture가 어떻게 들어와 일본에서 '번역'되었는지, 일본의 역사와 어떻게 맞물려 발전했는지, 일본 건축은 어떻게 세계 건축계에 유력한 '타자'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는지, 3고의 시대를 지나 3저의 시대인 지금은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일본의 건축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지만 '안도 다다오' 정도 밖에는 모르는 문외한인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일본 건축의 과거와 현재를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절반 정도 밖에 채워지지 못했다. 저자의 주장과 평가는 무척 설득력 있게 들리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일본 건축의 역사를 피상적으로 나열하지 않고 그러한 건축물이 탄생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과 정신을 설명해 주는 부분은 무척 좋았다.
그러나 매우 아쉬운 부분도 많은 책이다. 문외한의 입장에서는 설명이 아주 쉽지도 않았고(건축 용어가 설명 없이 툭툭 튀어나온다거나), 평론이나 논문에 가까운 문어체가 조금 껄끄러웠다.
프란츠 파농이 어디서 태어났는지까지 밝히는 등, 서론은 때로 너무 자세해서 지루할 정도지만 정작 본론은 그에 못미치게 얼렁뚱땅 듬성듬성 설명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일본 건축가는 4세대까지 구분된다는데 2세대 건축가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고 1세대 건축가 1명, 3세대 건축가 1명, 4세대 건축가 1명의 예만 들어 설명한다.
사진도 매우 부족한 것 같다. 예를 들어 도쿄도청사가 고딕성당 파사드를 모방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철지난 리바이벌이라고 비난받았다는데, 책에 나온 사진으로는 그것을 알 수 없다. 구글에서 사진을 몇 장 검색해 보고 나서야 그 뜻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건축가들의 건축물 사진도 부족한 것들이 많아서 구글 검색에 꽤 의존해야 했다. (물론 다 넣을 순 없겠지만,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한마디로 흥미롭게 읽었지만, 읽고 나서도 뭔가 매우 많이 아쉬운 책이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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