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경매에 관심이 많다. 상가 경매는 상권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할 수 있는 분야다. 그런데 이 책이 상가 입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해서 읽고 싶어졌다.
이 책은 프랜차이즈 점포 출점 전략 연구와 매출 예측 시스템을 이용한 컨설팅을 하는 일본의 디 아이 컨설턴트에서 펴낸 책이다. 당연히 일본 점포, 특히 프랜차이즈 위주의 상권 분석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다. 상알못(상가를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내가 존경하고 닮고 싶은 상가 경매 분야의 고수 옥탑방보보스 님도 편의점 점포개발본부에서 일하며 상권 분석을 할 때의 경험이 후에 상가 경매를 할 때 많이 도움이 되셨다고 한다. 또, 상가는 주택과 달리 경매정보지에 나온 권리분석과 임차 내용만 보고 낙찰을 받으면 안된다고 알고 있다. 그 점포의 상권을 정확히 파악하고 어울리는 업종이 뭔지, 얼마의 매출이 가능할 지 등등, 상상력과 지식이 필요한 분야라고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내용은 나중에 경매 물건 분석할 때 써먹을 지식이 되어 줄 것이다.
<책 속에서>
[이 책은 왜 썼는가]
"우리는 매장에서 일어나는 고객의 구매 행동(사실)을 수치화하고 이 데이터를 토대로 좀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자 이 책을 썼다.(7)"
->나는 이 책을 나중에 상가 투자를 할 때 도움을 얻고 싶어서 읽었다. 어떤 상가가 돈을 잘 벌 수 있는지, 일본인 저자가 쓴 책인만큼 전 세계에에 통할만한 유니버설한 법칙을 배우고 싶어서 읽었다.
제 1장의 제목이 무시무시하다. '매출의 90%는 입지가 만든다'라니. 그렇다면 장사 잘되는 가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 필요 없고 '목좋은' 가게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입지란 무엇인가]
"(1960년대 미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허프가 고안한) '허프모델'은 '소비자는 가까이에 있는 큰 매장으로 간다'라는 일반적인 경향을 전제로 삼고, 가게를 선정하는 확률이 매장의 면적에 비례하고 매장의 거리에는 반비례한다고 가정하며 상권 안에 있는 몇 명 정도가 매장에 방문할지 추측하는 방법이다. (20)"
"그 중에서도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민들이 어떤 것을 즐겨 먹는지와 같은 행동 특성이나 라이프스타일이다.(21)"
"매출요인은 입지요인과 상권요인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좁은 범위에서 매출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을 '입지요인'이라고 한다. 한편 수 킬로미터, 대형 쇼핑센터라면 수 십 킬로미터에 이르는 넓은 범위에서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상권요인'이라고 한다. ...우선 입지요인을 살펴보도록 하자.....주로 고객 유도 시설, 인지성, 동선, 건물 구조, 그리고 접근성의 5가지가 있다.(30)"
"고객 유도 시설은 말 그대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시설을 말한다. 도심부라면 다양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역이 대표적이다....대규모 상업 시설도 고객 유도 시설이다. 교외에서는 대형 교차로, 중심도로, 고속도로의 인터체인지나 대형 휴게소 등도 고객 유도 시설이 된다.(31)"
"'어디에 어떤 가게가 있는가'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인지성이다....인지성은 시계성과 주지성 두 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할 수 있다.(31)"
"동선이란 고객 유도 시설과 또 하나의 고객 유도 시설을 연결하는 길을 말한다.(32)"
"가게 면적과 주차장 주차 대수, 좌석 수, 인구 수 등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건물 구조'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가게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매출이 올라간다.교외에 있는 매장에서는 주차 대수를 늘리면 늘릴수록 많은 방문객을 수용할 수 있어 실제 매출이 올라간다. 주차장 출입구도 여러 개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물이 밀집된 도심부에서는 정면의 폭이 넓은 가계가 사람들에게 쉽게 인지되어 매출로 연결된다. 음식점에서는 특히 좌석 수가 매출에 크게 영향을 준다. 또, 가게의 입구가 중심도로에 접해 있는지 아닌지가 방문객 수와 매출을 크게 좌우한다.(33)"
"가게에 들어가는 게 얼마나 편한지 평가하는 기준이 '접근성'이다. 가게 앞 인도 폭이 넓으면 접근성이 좋다. 좁은 인도에서는 걷는 속도가 빨라져 가게를 그대로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34)"
"지금까지 알아본 좁은 범위의 입지요인과 달리 수 킬로미터 권내에서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상권요인이다. 여기에도 5가지 요소가 있다. 시장규모, 상권의 질, 포인트 규모, 자사 경쟁, 그리고 타사 경쟁이다.(34)"
"시장 규모란 일반적으로 말하는 상권과 같은 개념이다. 오픈 예정인 가게의 반경 및 킬로미터 안에 어느 정도의 사람이 있는지를 평가해 기준으로 삼는다.(35)"
"업종에 따라서는 성별이나 연령, 직업, 가족 수, 수입 등이 고려 조건이 된다. 이런 인구 구성을 '상권의 질'이라 부른다.(35)"
"가게 앞에 사람들이 얼마나 걸어다니고 있는지 혹은 도로에 자동차가 얼마나 오가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가 '포인트 규모'다. 사람 수는 통행량, 자동차 수는 교통량이라 불러 구별한다.(36)"
"타사 경쟁은 같은 업종에서만 일어난다고 한정할 수 없다....예를 들어 패스트푸드나 커피, 도넛 등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가게 입장에서 이 모든 것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편의점은 위협적인 존재다.(38)"
"패스트푸드점 상권분석인데 왜 슈퍼마켓 조사부터 했을까? 경쟁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해당 지역의 가정에서 얼마나 요리를 열심히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구역의 배달 수요를 추측하기 위함이었다.(63)"
->난 이 의견에 살짝 반대인데.... 우리 동네는 외식할만한 곳이 거의 없다. 조금 걸어가거나 차를 타고 가면 상암동, 연남동의 화려한 상권이 펼쳐지지만 소위 말하는 '슬리퍼 상권'은 아니다. 그래서 거의 울며 겨자먹기(?)로 집밥을 해 먹는 실정이다. 가계부 다이어트 하기에는 최적의 환경인 거지. ㅎㅎㅎ 그래서인지 홈플러스가 걸어갈 만한 곳에 있는데도, 동네 슈퍼마켓이 잘 되는 편이다. 그래도 밥 하기 귀찮아하는 나는 매일 소망한다. 밥하기 싫을 때 아이들까지 끌고 나가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우동 가게라도 동네에 하나 생기기를....앗.....패스트푸드를 소망하는 건 아니네....그럼 역시 책의 말이 맞는 걸까. 역시 다음 장엔 '슈퍼마켓이 잘되는 동네도, 슈퍼마켓 바로 옆에 있는 치킨집이 잘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주부들이 장보러 온 김에 아이들 간식이나 반찬으로 먹을 치킨을 산다는 것이다. 아...상권 분석은 참으로 어렵고나.
"매장 중심, 테이크아웃, 배달의 세 가지 형태에 따라 영향을 주는 매출요인의 가중치도 다르다. (68)"
"현재 우리나라는 배달앱 시장의 성장으로 배달과 테이크아웃의 입지가 다소 겹쳐 있는 상황이다. 기술과 환경의 변화가 이 영역의 경계를 모호하게 바꾸었다. 그러므로 장차 입지를 고민하는 사람은 기술과 환경의 변화가 자신이 이루려는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꼼꼼하게 따져보기 바란다.(74)"
->이 부분은 각 장의 뒤에 달려 있는 '김영준의 입지전쟁'에 나와 있는 말이다. 책 어디에도 김영준이란 사람이 누구인지 나오질 않아서 인터넷에서 찾아봤다. <골목의 전쟁>이라는 상권분석 책을 낸 저자이고, 유명한 경제경영 관련 블로거라고 한다. 읿본 책이라 한국 상권 전문가가 첨언을 한 것은 매우 좋은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본과 우리나라의 현실을 비교해서 적은 조언이 매우 정확한 분석 같다. 오히려 책의 원저자 글보다 더 큰 깨달음을 주는 구절도 많았다. 다른 한국 전문가분 인터뷰 밑엔 간단한 소개가 있어 좋았는데, 김영준 작가의 경우에는 어디에서도 소개를 찾을 수 없어서 의아했다. 나중에서야 표지 아래쪽에 '<골목의 전쟁> 김영준 작가 국내 입지분석 수록'이라고 적은 것을 발견했다. 그래도 저자 관련 소개를 내지에 넣어야했다고 생각한다.
[입지 및 출점 전략의 실제]
"결국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일수록 입지에서 보행 동선이 중요하며, 인프라가 미비할수록 주차 공간과 차량 동선이 중요하다.(96)"
"동선이란 매장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질을 표현하는 데이터다. 가게 앞을 지나는 사람의 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려고 지나가는 사람이 많은가'를 객관적 지표로 수치화한 것이다.(143)"
"어차피 최고의 입지는 가장 비싸기 때문에 사업의 특성과 지역에 알맞은, 최고가 아닌 최적의 입지를 파악하고 진입하는 게 중요하다. 비즈니스에서 차별성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오직 입지로만 승부를 보려는 것은 너무 단순하고 무리한 판단이다. 더 큰 자본을 가진 사람이 좋은 입지를 차지할 경우 대부분 필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147)"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대중적인 비즈니스는 철저히 지역의 유동 인구에 의존하며 번화가의 주요 동선에 자리할 수밖에 없다....반대로 프랜차이즈가 아닌, 인지도가 낮고 다른 곳에 없는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비즈니스라면 모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리스크가 크다. 그래서 임대료가 낮은 이면도로나 배후지에 자리하면서 비용을 최소화하는 게 올바른 전략이다.(187)"
"'시계성'은 아래 네 가지 포인트로 평가한다. 1. 기점(어디에서 보이는가?), 2. 대상(무엇이 보이는가?), 3. 거리(어느 정도 거리에서 보이는가?), 4. 주체(어떤 상태에서 보이는가?) (195)"
"간판은 일부러 시선을 돌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보이는 35도의 범위 안에 있어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또 가까이에 역이나 대형마트 같은 고객 유도 시설이 있는 경우 해당 시설의 출입구에서 매장이 보이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196)"
"가게의 입구가 중심도로에 면해 있으면 방문객 수와 매출은 증가한다. 특히 도시에서는 매장 입구의 폭이 넓을 수록 매출이 상승한다. 가게가 모퉁이에 있고 그 두면의 폭이 넓어서 출입구를 낼 수 있으면 가장 이상적이다.(202)"
"교외에 있는 매장에는 주차장에 차가 쉽게 들어갈 수 있는지에 따라 접근성이 달라진다.....적어도 100m 이상 앞에서 간판으로 매장의 존재를 알리고 30m 앞에서는 주차장 입구를 확실히 알아볼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204)"
"통행인의 복장이나 소지품, 걷는 속도를 같이 관찰하고 기록하면 상권의 질이 그려진다.(208)"
"통행인이 구역에 오는 목적이 명확할수록 목적 이외의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명확하지 않을수록 일반적으로 구매 행동으로 쉽게 연결된다.(208)"
체인에 따른 매출 예상 계산식을 만드는 것은 너무 어렵기도 하고 나에게는 별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 패스했다. 이 책을 쓴 일본 컨설팅 그룹은 '매출요인분석'이라는 방법으로 각 매장의 매출이 어느정도 될지를 예측하고, 프랜차이즈 출점 장소를 개발하는 것 같다. 프랜차이즈 관계자들은 이 방법론을 자세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과거에는 상권이 가장 중요했다면 현재는 앞서 말한 입지, 더 나아가 점포력이 매우 중요한 시대다....변화의 원인은 세 가지로 들 수 있다. 첫째, 근무시간 축소와 여가시간의 증대다....둘째, 1인 가구의 확대다. 테이크아웃, 배달 수요의 증대와 HMR이 발달하면서 소량의 질 좋은 음식과 물건을 찾는 소비층이 늘었다. 셋째, SNS의 활성화다....특히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는 상권 변화를 이끄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38)"
"우리의 경우 특수상권과 더불어 외식업을 주도하는 20대의 영향력이 지배적인 곳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또한 1인 가구가 밀집한 지역에도 관심이 많다. 이런 곳의 배달 및 테이크아웃 아이템들은 수익이 안정적으로 보장되기 때문이다. 대신 주변에 대형 상권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야 한다. 개인 자영업자의 입장에서는 이미 중형 상권 중에서 임대료가 낮은 입지를 찾는 것이 주된 과제라고 볼 수 있다.(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