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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의 양자 공부

[도서] 김상욱의 양자 공부

김상욱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양자역학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함께 현대 물리학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다는데, 두 이론의 공통점은 일반인의 상식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도 어렵다는 거다. 이 어렵다는 게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앎의 폭을 넓히면 이해의 수준도 올라가느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두 이론의 난해함을 소재로 하는 우스갯소리도 여럿 있다. 20세기 초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는 과학자가 단 세 사람뿐이라는 말에, 한 유쾌한 천문학자(에딩턴으로 기억함)가 놀라며 “아니 아인슈타인과 나 말고 한 사람이 더 있단 말인가”(자신의 잘남과 상대성 이론의 어려움을 빗대어 했던 농담)라고 했단다. 양자역학은 천재 물리학자 파인만이 “양자역학을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안전하게 말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뇌의 회로를 완전히 다르게 배치하지 않으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과학이론이라는 저자 김상욱의 말을 <양자공부>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절감했다.


김상욱 박사는 뛰어난 학자이자 교수임과 동시에 양자역학을 일반인에게 쉽게 풀어 설명해주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역할도 다방면에서 하고 있다. 과학 팟케스트인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에서 여러 번 시리즈로 강연을 했고 해당 분야의 책도 지속적으로 펴낸다. 나도 방송강연을 세 번 정도 반복해서 듣고, 김상욱이 공저로 참여한 <과학수다>에서도 그의 글을 읽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역학의 대략적인 얼개만 이해할 뿐이다. 얼마 전부터 TV프로그램 알쓸신잡3<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출연해서 그의 특기인 정색하고 진지하게 말하기를 시연하고 있는데, 역사, 문학 등에 특화된 다른 출연자와 좋은 케미를 이루어서 프로그램을 보는 재미를 한 단계 올려놓았다.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가 더 어려운 유시민, 김영하 작가 등의 틈에 있어도 전혀 어색하거나 말발로 뒤지지 않는다.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해도 그 과학이 현실세계에서 구현하고 있는 스마트폰, 텔레비전, 내비게이션, 컴퓨터, 인터넷을 이용하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모든 것은 원자로 되어있고 원자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이론이 양자역학이다. 내가 아는 바를 책을 참고하지 않고 머릿속에 있는 그대로 간략히 설명해 보자면, 이 세계에 존재하는 힘은 네 가지가 있는데 중력, 전자기력, 약한핵력, 강한핵력이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모든 물질과 천체, 우주의 거대한 덩어리 들은 대게 중력에 의해서 움직인다. 뉴턴이 발견했고, 보다 정교하게 확립한 게 아인슈타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상대성 이론이 바로 중력이론이라고도 한다. 무게가 있는 두 물질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한다는 내용이고, 여기에 시간과 공간이 휘어지는 것으로 더 깊이 들어가면 못 알아듣는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 중력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가지 힘은 아주 작고 미세한 미시 세계에 존재하는 힘인데 바로 원자단위에서 작용하는 힘을 말한다.


원자는 사실상 자연계에 존재하는 가장 작은 물질인데, 얼마나 작으냐 하면 모래 한 알에도 원자가 5,000,000,000,000,000,000(오천경)개가 있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되고, 원자핵 한 개와 전자 한 개가 모여서 만들어진 입자가 수소원자이다. 수소나 헬륨, 산소, 철 등 모든 원소의 단위는 원자로 구성되고 원자가 덩어리로 붙어있는 것이 분자라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원자 한 개가 붙어서 물분자가 되는 형태다. 이렇게 작은 입자는 태양이나 지구, 자동차나 축구공과 같은 방식으로 운동하지 않는다. 우리가 공을 던지면 한 곳으로 가지만, 전자를 던진다면 여러 곳으로 가는 성질도 있다. 마치 물결처럼 말이다. 이렇게 전자는 입자의 성격과 파동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데, 누군가 지켜보고 있으면 공을 던질 때처럼 한 곳으로 가지만, 아무도 관측하지 않을 때는 파동과 같이 여러 곳에 동시에 자국을 남긴다. 이걸 불확정성의 원리라고 하는데, 관측이 대상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 관측자가 사람일 필요는 없으며 어떤 형태로든 관측이 개입하면 입자로 움직이고, 그렇지 않을 때는 파동이 된다. 고양이로 치면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단지 확률의 형태로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정리해 놓고도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 내가 이해하고 있는 게 십분의 일이라도 되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당연하다. 양자역학을 한 번에 술술 이해하는 사람은 물리학자나 정신병원에 가야 할 사람 둘 중 하나라고 저자인 김상욱 교수가 얘기할 정도니까, 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범주의 사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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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게스

    이해하는 사람은 없는데, 그걸 스마트폰 등등에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신기해요. 앤트맨 보면, 인간이 원자단위로 작아지다가 소멸하고 뭐 그런 거 나오잖아요? 그런 것들을 과학자들이 완전히 이해하게 판타지는 현실이 되는건가요. 읽어도 모르지만, 읽는 동안 그래도 뭔가 알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게만 써도 일단 대중 과학 책으로서는 성공일 것 같아요ㅣ.

    2018.12.07 14:49 댓글쓰기
    • 짱가

      읽는 동안은 뭔가 알게된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다 읽고 정리하려면 도무지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됩니다.

      2018.12.08 19:39
  • 스타블로거 초보

    저도 양자역학에 관한 책은 찾아서 읽고 있지만 읽고나면 무슨 소리를 읽었는지 답답한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래도 읽는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ㅎ

    2018.12.07 18:50 댓글쓰기
    • 짱가

      네, 수십년 물리학을 공부한 사람에게도 어려운 이론을 몇 권의 책으로 이해하려는 게 욕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어설프게라도 감만 잡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2018.12.08 19:40
  • 스타블로거 안또니우스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에 보면 아인쉬타인이 양자역학을 혹평했다는 얘기가 나오던데, 전문가들에게조차 난해한 학문이기에 그렇겠죠. 어려운 분야의 저작을 깔끔하게 정리한 내공 대단하십니다.!

    2018.12.13 16:50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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