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에 공대에는 건축학과와 건축공학과가 있었다. 건축학과는 디자인 중심이고 건축공학과는 구조 같은 공학적인 면이 중심이라고 했다. 그런데, 교수들 전공이나 커리큘럼을 살펴 보아도 별 차이 없었다. 그냥 학과 정원 늘이기 위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실상은 그런 것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건축과 그 건축을 가능하게 하는 공학은 상당히 다른 종류의 스킬인 것도 사실이었다.
멋진 건물을 보면 우리는 그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가 누구인지 생각한다. 그런데, 건축가가 ‘작품’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도움이 필요하다. 건물이 무너지지 않으며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구조, 재료, 소방, 냉난방, 상하수도를 전문으로 하는 ‘공돌이’가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건축을 가능하게 하는 공학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렇게 높은 건물이 어떻게 가능한지, 옆 건물 현장에서 파일은 왜 시끄럽게 여러 개를 박는지, 저 다리는 왜 이상하게 생겼는지 궁금한 분은 이 책을 보면 된다. 건물의 구조, 고층 건물, 화재, 재료, 엘리베이터, 지하, 상하수도, 교량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여성 구조공학자이다. 여성임을 밝히는 이유는 이 분야에서 여성은 정말로 드물기 때문이다. 쉽게 썼다. 문과라고 지레 겁 먹을 필요가 전혀 없다. 번역도 참 잘 했다.
과학과 기술에 대한 책은 많다. 하지만 공학, 즉 무엇을 만드는 법에 대한 책은 드물다. 이 책이 바로 뭘 만드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