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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남자를 살리다

[도서] 여성주의, 남자를 살리다

권혁범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난 페미니즘에 대해서 무지하다. 주변에 활발히 페미니즘 활동을 하는 친구들이 꽤 많음에도 불구하고 난 페미니즘에 대해 무지하고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지금도 물론 아는 것은 별로 없다. 그러나 아는 것이 없음에도 나는 페미니즘을 '섬세한 시선'으로 정의 내리고 싶다. 사회 속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을 포착할 수 있는 그러한 시선 말이다.  

 

 

대학 1학년 때 청강으로 교양 수업에 들어간 적이 있다. 과목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특이하게 연속강의를 잡아서 하루에 한가지 주제씩 토론을 하는 수업이었다. 내가 페미니즘을 '섬세한 시선'이라고 생각하게 된건 군가산점에 대한 토론 때문이었다. 역시나 한국의 대다수 장소에서 군가산점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는 양상대로 토론은 토론이 아니라 남녀성대결처럼 되어 버렸다. 종국에는 '여자도 군대가라'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난 이 말이 나오는 순간 군대에 관한 이야기는 더 이상 '토론'이 아니라는걸 수 없이 체험했다)

 

 

수업을 마무리 지으면서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참 인상적이었다. 선생님의 요지는 왜 우리는 군가산점 문제를 남녀의 문제로 생각하느냐라는 것이었다. 군가산점 문제는 군대를 가는 사람과 군대를 가지 못하는 약자, 즉 여자나 장애인 (여자만이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 장애인은 이 논의에 들어가지도 않는, 즉 정의상으로 따지면 남자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페미니즘,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여성주의, 남자를 살리다>는 자신을 남성 페미니스트라고 지칭하는 (그리고보면 페미니스트는 여자라는 선입견이 만들어낸 단어가 남성 페미니스트인지도) 사람의 사회 관찰기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깜짝 놀란 것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섬세한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모든 페미니스트의 시선이 이러한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책을 통해서 내가 페미니즘에 대해 생각한 것은 세상을 다양한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페미니즘은 일반적으로 여성의 권리 옹호를 주장하는 운동을 한정적으로 지칭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그 세상을 좀 더 다르게 볼 수 있는 시선이다. 기존에 남성위주 혹은 강자 위주의 일관되고 통일된 이념과 상식이 지배하는 사회를 좀 더 다양한 시선과 기준과 관점으로 볼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런 시선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포괄적인 페미니즘의 의미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물론 페미니즘은 기본적으로 양성간에 차이와 차별에 대해서 여성에 대해서 고찰하는 것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지만 기본은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이다.

 

 

 

다양한 사건과 사고를 읽는 다른 시선

 

<여성주의, 남자를 살리다>는 다양한 매체에 기고한 글이기 때문에 대부분 당시 있었던 사건과 사고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다는 가부장적 문화를 기초로 하는 대중문화에 대한 문제제기에서는 대중문화의 개인에 대한 폭력성(나는 폭력성이라고 생각한다) 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자 권혁범은 백지영씨와 황수정씨 모두 그들의 사생활이 어떻든 그건 개인의 생활일 뿐이고 오히려 그들의 사생활이 폭로된 것에서 그들은 피해자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결국 사회에서 자신의 사생활이 대중에게 폭로된 것에서 보자면 그녀들은 피배자임에도 (남자친구를 잘못 사귄에 죄라면 죄랄까) 그녀들은 대중문화 속에서 정숙하지 않은 여자로 낙인 찍혀서 흔한 말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켰다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대중문화에서 만든 여성에 틀에 갖혀버린 그들이 일으킨 '사회적 물의'는 과연 무엇인지를 저자는 진지하게 묻는다.  

 

 

이 책을 단순히 양성간에 문제로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들에 관해서 집요하게 질문한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남성문화에 대해서 그리고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공고한 남성 중심적인 관습에 대해서 그는 다양한 사건을 통해서 독자에게 질문한다.

 

 

 

양성간에 문제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양성간에 '성'과 관련된 화제가 오르면 토론이나 이야기가 아닌 싸움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군대와 관련해서 양성이 토론을 하는걸 본 적이 없다. 그들의 대화는 시작은 '토론'이었을지 모르나 그 끝은 항상 싸움과 냉랭한 기운으로 끝이 났다. 그런 두 사람에게 저자는 이야기한다. 군사주의와 안보주의가 유독 특수하게 강조된 한국 사회에서 남성은 사회속에서 받은 억압과 계급차별의 분노를 여성에게 표출하는 것이라고. 남성은 군대를 자신의 특권을 위한 대가로 생각하게 되는데 그 점에 대해서 '징병제'에 대해서 다시 한번 남성들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 <여성주의, 남자를 살리다>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필요한 새로운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사회 속에서 젠더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사실 페미니즘은 사회 속에서 장애인이나 동성애자 계급적 약자와 같은 소외 받은 자들에 대한 담론을 제기하는 것으로 넓게 볼 필요가 있다. 남성과 여성의 문제가 아닌 사회 속에 살아가는 자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좀 더 다양한 시선을 인정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를 우리에게 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주의, 남자를 살리다>는 지금 2007년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쯤 읽어보라고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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