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인문학'을 통해 알게된 철학자 "엄정식". 요즘 한국의 철학자들과 조우하며 그들의 존재감을 새삼 깨닫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엄정식"이라는 새로운 철학자와 만나게 되었고, 그를 통해 삶 속에 녹아든 철학을 배울 수 있었다. 철학관련 책들을 접하면서 그들이 결국 규명하고자 하는 것은 "나"라는 존재에 대한 해답이 아닐까 싶다.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인가? 나의 존재 가치는 무엇인가? 등의 "나"라는 존재를 중심으로 흐르는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끊없이 철학적 사유를 하는 것이 아닐런지.....
저자는 책의 내용을 네가지로 구분하였다. 자신에 관한 이야기로 1부를 마무리 하였으며, '성찰'이라는 화두로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2부에 담고 있다. 3부에서는 '현상'이라는 주제로 동서양을 넘나들며 여러 철학자들의 주장과 자신의 생각들을 담아냈고, 4부에서는 '사유'를 주제로 행복, 자유, 신체, 자아, 독서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다.
1부는 다분히 자서전적 느낌을 준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를 의지하며 살았던 자신의 성장기 이야기와 철학을 선택하게된 동기, 유학 생활 중 겪었던 고난과 수많은 고민들, 현재를 살아가는 행적들, 그리고 자신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짧게 언급되어 있다. 아마도 저자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왜 철학을 공부하게 되었는지를 먼저 이해시키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에 관한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은 그가 음악을 통해 자신의 슬픔, 외로움, 고난 등의 심적 아픔들을 치유했다는 부분이다. 음악에 문외한 이었던 그는 중학교 시절 우연히 피아노 독주회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 일을 계기로 음악은 그의 삶 중심부에 자리하게 되었으며, 늘 큰 위안이 되어 주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내가 만난 많은 철학자들이 음악을 즐겼던 것을 보면 음악은 철학 만큼이나 사람들의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함에 틀림이 없는 듯 싶다.
2부에 다루어진 내용들 중 '이솝 우화'에 관한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이솝 우화는 재미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가볍게만 보이는 그 우화들이 사람들에게 주는 감동과 깨달음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고 전해져 오고 있다. 쉽게 이해되지만 이야기 속 교훈들이 주는 여운은 오래 남는다. 그렇기에 많은 철학자들이 앞다투어 '이솝 우화'를 자신들의 언어로 번역하여 전하고자 노력하지 않았나 싶다. 아이들에게 '이솝 우화'를 다시금 들려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다른 어떤 책 보다 아이들에게 오래도록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 된다.
이 책 속에도 끊임없이 "나"라는 존재가 등장 한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세가지 질문으로 다시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 그것이 바로 철학의 기본 핵심이 아닐까 싶다. 철학자들은 말한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말이다. 그러고보면 자기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자기 자신의 역량을 100% 발휘하며 사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고 행운아다. 요츰 철학서들을 보면서 나는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에 대해 조금이나마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었다. 그들도 그렇게 힘겹게 그 해답을 찾고 있는데 하물며 나같은 우매한 사람이 그 답을 쉽게 찾을 수 있으랴? 그러나 한 발 물러서 여유를 갖을 수 있을 뿐 그 답을 찾아야 한다는 목적의식은 더욱 커진 듯 싶다. 나 자신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 보아야 겠다. 함께 있지만 멀기만 한 "나"를 찾아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