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가 필요해 3 (2회)
#. 선술집, 혼자 술 마시는 주연.
주연: 언니 여기 홍합국물 좀 더 주세여~ ('고구마' 전화 받으며) 아 인생 참 귀찮아 죽겠어요. 왜 또?
완: (전혀 친절하지 않은 여자다)
주연: 내가 전화하지 말랬지, 왜 내 번호 안 지우니?
완: (남에게 상처주는 게, 습관이 된 여자다)
주연: 니가 보고 싶다고 쉽게 만날 수 있는 여자가 아니야 누나가.. 코찔찔이 업어 키우고, 씻기고..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알아? 예전처럼 너 다칠까봐 벌벌 떨고, 안 먹을까봐 벌벌 떨고, 울려서 엄마한테 혼날까봐 벌벌 떨고,
완: (입만 열만 독설이 막 나오는)
주연: 내가 또 그렇게 살아야겠니?
완: (그런 여자)
주연: 내 입장에서는 완전히 재수없는 놈이라니까 너, 끊어!
완: (나쁘고 못된 여자.. 싱싱은, 그런 여자가 되어버렸다)
주연: 아 나 멀쩡하다니까, 안 취했어요 나. 아이 무슨 술장사를 이렇게 하지, 한 병 더 달라니까요.
(주인) 괜찮겠어?
주연: 괜찮아요 괜찮아. 난 독해서 술도 안 취한다니까..
(주인) 날도 추운데, 그만 마시고 들어가.
주연: 딱 한 병만요.
주연: (완 들어와서 앞에 앉는 거 보고) 이 동네 살아요?
완: 한 병 더 주세요.
주연: 잔도 하나 더영~ 근데, 나 앉으라고 한 적 없는데.. 설마 나 따라온 건 아니죠?
완: (착각도 심해졌다)
주연: 사실 내가 그쪽 좀 좋아하는데, 아까 디제잉 좋던데요. 팬이에요.
완: (거짓말까지~)
주연: 빌보드 차트 9위, 나우 앤 포에버.
완: 그 음악 들어는 봤어요?
주연: 당연히 들었죠, 팬이라니까.
완: 내 팬이면, 내 이름도 알텐데..
주연: 앨런 주!
완: 성격은.. 원래 그래요?
주연: 내 성격 뭐? 아, 아까 오세령한테 그런 것 때문에? 그쪽한테 나 첫인상 무지 안 좋겠다 그쵸? 내가 좀 못됐어요 근데, 착하게 살면 뭐요? 착하게 살면 복 받는다.. 그런 말을 믿어요?
완: 적어도 이 시간에 혼자 술 마시고 있진 않겠죠. 누군가 옆에 있어줄테니까..
주연: 아.. 내가 불쌍하고 쓸쓸해 보여서 앉았구나? 이 시린 겨울 밤에 여자 혼자서, 친구도 없이, 애인도 없이, 술을 마셔서?.. 맞아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요. 근데, 괜찮아요 나는. 왜냐, 어차피 세상은 나 혼자거든요, 같이 있어도 혼자잖아요 우리는. 그리고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니까 나는, 사랑받으려고 태어난 게 아니라 나 혼자라도 잘 먹고 잘 살려고 태어났어요 그리고, 나는요.. 외로운 게 너~무 좋아.
완: 원래.. 이런 여자였어요?
주연: 원래 이런 여자가 어딨어요? 살다가 보니 알게 된 거지. 이 우주의 비밀을.. 나 빼고, 다~ 남이다.
완: 그렇게 믿고 살면.. 힘들지 않아요?
주연: 아니요, 전혀요. 사람들이 이런 나를 싫어하잖아? 그럼 나도 싫어해요 간단하게.. 아니, 날 싫어하는 사람들한테까지 잘 보일 필요가 없잖아요 나는, 날 좋아하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죽겠다니까.. 안 그래요?
완: 당신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긴 해요?
주연: 아까 말했잖아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래도.. 괜찮다고.. 아, 가야겠다. 여기 얼마예요 언니~ 얼마예요?
-비틀비틀 집으로 가는 주연, 뒤따라가는 완.
주연: 내가 굳이 착하게 살아야 할 이유가 뭐냐고, 그게 다~ 사람들이 선수치려고 파놓은 함정이라니까. 이렇게 사는 게 얼마나 편한데, (넘어질뻔) 치, 이거봐 이거. 어차피 내 맘대로 안 되는데, 내가 왜 남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냐고.. (집 도착) 이거 조심해야 되는데.. 술 마셔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돼, 누가 이 번호 보면 안 돼. 정신차려 신주연, 세상에 믿을 사람 아무도 없어. 이구십팔!
-주연 들어가면.. 완, 도어락 '이구십팔' 누르고 문 열었다가.. 찡끗 웃곤, 다시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