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득한 옛날이 되었습니다. 삼월 삼짓날이 되면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던 말.
어느 날 제비들이 돌아오면 겨우내 한적했던 하늘과 지붕과 전선줄에 제비가 뒤덮어 온동네가 시끌시끌해집니다. 그리하여 온 여름이 제비천지가 됩니다. 제비들의 비상이 골목과 들판과 지붕위를 뒤덮습니다. 집집마다 한 쌍씩 자리를 잡고 집을 짓습니다.
언제부턴가 제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25년쯤, 혹은 그 이상이 된 것 같습니다. 1990년대 초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해마다 실록은 우거졌지만 제비소리도 아이들 소리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소리와 비상이 사라져 버린 곳, 고향은 고향이 아니게 되어 버렸습니다. 산으로 둥그렇게 둘러쳐진 그곳을 나는 항상 호수라고 생각했습니다. 물고기가 없는 호수, 헤엄치지 않는 호수, 물결없는 호수처럼 그렇게 적막한 곳이 되었습니다. 초등학교도 그 즈음에 폐교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시골에 다녀왔습니다.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제비가 왔습니다. 두마리가 들락거리면서 요란하게 지저귑니다. 막 도착했답니다. 계절적으로 좀 늦은감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늦게 출발했거나 아니면 많이 헤메었거나 그런가봅니다. 유전자속에 우리집이 저장되어 있었을까요? 어떻게 25년만에 찾아올 수 있었을까요?
집안으로, 처마밑으로 지붕위로 하루를 들락거리더니 하룻밤을 보내고 바로 집을 지을려나 봅니다. 구석으로 갔으면 좋으련만 사람이 가장 많이 들락거리는 문앞 섬돌위, 처마밑 서까래에 자리를 잡습니다. 제비가 없던 그동안 처마밑에는 벌이 차지하거나 거미가 차지하였습니다. 이제는 자신들이 주인인양 섬돌위에 25년전 그 자리에 자리를 잡습니다. 곧바로 아침부터 흙과 지푸라기를 섞어서 물고 날아옵니다. 흙으로만 집을 짓지는 않습니다. 지푸라기를 섞어 짓습니다. 사람이 보고 있으니까 껄끄러울까요? 물고 오기만 하고 써까래에 붙이지는 않습니다. 얼쩡거리지 말고 비켜주어야겠습니다.
25년 전보다 방해꾼들이 더 많아졌는지 모르겠습니다. 까치와 직박구리, 물까치떼가 마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무사히 한 여름을 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럴 때 기도를 하는가 봅니다. 간절히 기도합니다. 새끼 잘 낳고 잘 지내다가 가을에 무사히 돌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