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겔스트리트>를 읽은지 꽤 되었는데 그 잔해가 아직도 흩어지지 않고 뇌리 속 어딘가에 숨쉬고 있다. 나이폴의 책은 번역이 많이 되지 않았나 보다. 책이 별로 없다.
<Enigma of Arrival>, 두껍다. 소설로 알고 읽으려고 펼치는데... 이게 소설인가? 에세이같은데? 에세이라면 지루할텐데. 아예 시작을 하지 말까. 아니면 자서전인가? 중간쯤 가니 자서전같기도 했었는데 자서전이라고 하기에는 단편적이고 말미로 가니 소설인듯 한 느낌이 든다. 자전적 에세이 소설? 소설과 에세이와 자전의 그 어디쯤? 무지 지루할 것 같았는데 어째 읽어진다. 두꺼운데 생각보다 잘 읽어진다. 왜? 모리겠다. 늦가을의 정서에 맞은 걸까? 그런 차원은 아니다. 결국은 존재에 관한 물음이고 삶의 행로에 관한 물음이고 존재의 여정에 관한 물음이어서 그런 것 같다.
도착Arrival은 여기서 일상적 개념의 도착이 아니다. 도착은 혼돈이고 뒤엉켜 있는 실타래의 혼란이다. 그래서 안정, 안심이 아니라 불안이고 난해함일 뿐이다. 종결이 아니라 시작이며 풀어야 할 수수께끼, 난해함Enigma이다.
인도-트리니다드-영국, 인도에서 조부로부터 시작된 여로가 영국으로 이어진다. 영국의 장원, 화려했던 제국의 영화로부터 몰락의 길의 끝자락에 서 있는 그 곳에 주인공이 정착을 하지만, 불안정한 장원의 주인과, 뿌리내리지 못하는 장원의 일꾼들, 모두가 아웃사이더일 뿐이다. 오로지 불안정한 존재이기는 해도 잭만이 제대로 그곳의 자연에 순응하며 뿌리내리지만 일찌기 세상을 하직하고. 모두가 씁쓸하게 장원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