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읽었던 단테의 <신곡>은 나름 재미있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기억의 왜곡이었을까? 얼마전 다시 읽은 <신곡>은 어려워도 너무 어려웠다. 그리스.로마 문명과 구약,신약을 포함한 기독교 문명, 중세, 거기에 당대 이탈리아까지 서구 문명이 총망라되어 있고 그것을 알지 못하고는 당췌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스. 로마에 대해서도 딱히 많이 알지 못하고 기독교인도 아니어서 고등학교 1학년 성경시간에 배운 성경지식이 다인데 그것도 수십년 전의 일이라 가물가물할 뿐이다.
<신곡>을 붙잡고 이해해 봐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알아야할 것이 너무 많다. 아무래도 깊이 들어갈 생각을 말아야겠다. 해설서 내지 안내서도 딱히 많지 않다.
이 책의 한글제목이 <쉽게 풀어쓴 단테의 신곡 지옥편>인데 결단코 쉽게 풀어쓴 것은 아니다. 쉽게 풀어 썼다고 해도 쉽지 않다. 그만큼 <신곡>이 현대인에게 낯설다. <신곡>을 강의하는교수, 최고 전문가라 할 수 있는데 '쉽게 풀어 쓴'이 아닌 원제 <A Reading of Dante's Inferno>로 '단테의 지옥읽기'쯤 되는것 같다.
그래도 안내서가 절실한 마당에 이 책이 조금은 도움이 된다. 이 책과 <신곡>을 같이 읽으면 좋을 것이고 교수가 말한 것처럼 한 번 읽어서가 아니라 반복해서 여러번 읽어야 조금씩 열쇠가 풀릴 것이다.
"시에는 인물도 배경도 은유도 죄도 그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시인 자신조차도 그렇다.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에 의해 분명해진다. 단테의 글은 사물과 사물, 사물과 사람, 욕망과 죄, 신과 피조물 사이의 비밀스러운 관계, 드러난 관계, 숨겨진 관계 등 철저한 관계망으로 이루어진다. ... 특히 지옥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번 되풀이하여 읽을 필요가 있다. '연구'가 아닌 세상에 대한 통찰을 통해서..."